애경산업(018250) 인수전이 태광그룹-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유연한 생산 구조와 생활용품 부문의 안정성은 매력 요소로 꼽히지만, 높은 중국 의존도와 브랜드 경쟁력 한계는 리스크로 지적된다. 애경산업 측은 시가총액 대비 두 배 수준의 매각가를 제시했으며, 시장에선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들 가운데 태광그룹 컨소시엄(태광산업-티투PE),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 3곳을 적격 예비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본입찰은 8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는 9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애경그룹이 이번 매각에 나선 배경에는 지주사인 AK홀딩스(006840)의 급격한 재무 건전성 악화가 있다. AK홀딩스 부채비율은 2020년 228.8%에서 2023년 328.7%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359.4%까지 치솟았다. 주요 계열사인 제주항공, AK플라자의 실적 부진과 무안공항 항공 사고 여파가 누적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했고, 결국 비교적 현금화가 쉬운 애경산업이 매각 대상으로 낙점됐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지분 63.38%의 가치를 약 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애경산업의 24일 유가증권시장 종가 기준 시가총액(약 4389억원)을 감안할 때, 지분 63.38%의 가치가 약 2780억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두 배 이상 높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반영한 가격이나 시장에서의 시각은 엇갈린다.
애경산업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양대 축으로 하는 중견 소비재 기업이다. 충남 청양에 위치한 공장 한 곳 외에는 생산 기능 대부분을 ODM(제조자 개발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제조 기반이 강한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 기존 대형 브랜드사들과 달리, 유연한 생산 구조를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인수 후보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이다.
애경산업의 '가벼운 구조'는 최근 소셜 미디어(SNS) 기반 마케팅과 빠른 제품 회전율을 무기로 성장한 케이(K)뷰티 인디 브랜드들의 성공 방식과도 유사하다.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대비 리스크는 낮고, 브랜드 리빌딩과 마케팅 전략 재정립 여지도 넓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애경산업은 최근 ODM사와의 협업 강화를 통해 글로벌 맞춤형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는 인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힌다.
생활용품 부문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안전판으로 평가받는 요소다. '2080', '트리오', '케라시스' 등의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관여 소비재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화장품 부문에서는 한계도 뚜렷하다. 매출의 약 70%가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어, 중국 소비 회복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인 탓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 주요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역시 경쟁사 대비 약하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3.3% 감소하며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을 인수하는 주체는 단순한 경영권 확보를 넘어, 브랜드 체질 개선과 글로벌 전략 재정립, 향후 신규 브랜드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최근 K뷰티 시장은 인디 브랜드 중심의 트렌디한 포지셔닝과 SNS·플랫폼 유통 기반의 선순환 구조로 재편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부문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으며, 조직이 가볍고 민첩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즉 인디 브랜드들의 성공 방정식을 충분히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새 주인이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 역량을 리빌딩하느냐가 향후 기업 가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