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케이(K)뷰티 브랜드가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월마트, 타겟, 코스트코, 세포라를 비롯해 '미국판 올리브영'이라 불리는 화장품 판매 업체 울타 뷰티(Ulta Beauty, 이하 울타)도 한국 제품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내 K뷰티 수요 증가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타는 최근 자사 온오프라인 점포에 13개 K뷰티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VT코스메틱, 메디큐브, 체이싱래빗, 아임프롬, 믹순, 네오젠, 썸바이미, 성분에디터 등 기초 화장품과 티르티르, 퓌, 카자, 언리시아, 롬앤 등 색조 화장품이 판매된다.
이를 위해 울타는 한국 화장품 플랫폼 'K-뷰티 월드(K-Beauty World)'를 운영하는 랜딩인터내셔널 등과 협력했다. 케이틀린 라인하트 울타 상품 담당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독점 파트너십을 통해 전국의 뷰티 애호가들이 K뷰티를 쉽게 경험하게 됐다"라며 "그동안 스킨케어 제품군에서 K뷰티 브랜드를 선보여 왔지만, 더 다양한 카테고리와 가격대의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1990년 설립된 울타는 미국 전역에 1400개 이상의 매장을 둔 화장품 판매 업체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것과 달리, 울타는 중저가부터 고급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취급해 '미국판 올리브영'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매출은 113억달러(약 16조2500억원)로, 600여 브랜드의 약 3만 개 제품을 판매한다.
멤버십 회원 수는 약 4500만명이다. 전체 여성 구매자 중 Z세대(1995년~2010년대 초반 출생)가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애플 보유 주식 절반가량을 매각하고 울타 주식 69만106주를 약 2억6600만달러(당시 한화로 3700억원 상당)에 매입했다.
다만 미국 유통업체 간 뷰티 상품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울타는 K뷰티 제품군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對美)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올 1~6월에도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가량 증가했다.
틱톡·유튜브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난 K뷰티가 아마존을 통해 상품성을 인정받자, 미국 오프라인 소매점들도 속속 한국 화장품을 들이는 추세다. 대형마트 타겟은 현재 1600여개 매장에서 운영하는 K뷰티 전용 섹션을 연말까지 전 매장(1978개)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뷰티 전문 매장인 세포라도 올해 K뷰티 포트폴리오를 2배 늘렸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도 화장품 매대에서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이 내달 1일부터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로 올리기로 예고했지만, 화장품 업계는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화장품 제조사 한국콜마(161890)와 코스맥스(192820)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했고, 아모레퍼시픽(090430)도 미국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CJ올리브영은 올 초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로스앤젤레스에 첫 매장을 여는 것을 추진 중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관세로 인해 가격을 인상하거나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는 있지만, 현지 화장품 수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