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색조 화장품 전문 업체 클리오(237880)(CLIO)가 전 세계적인 K(케이)뷰티 열풍에도 최근 잇달아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신제품 출시가 부진한 동시에, 수많은 인디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하며 북미 등 주요 지역 수출이 역성장한 탓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클리오는 북미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유럽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해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클리오는 국내 색조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로 꼽힌다. 1993년에 설립돼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1세대 K뷰티 업체다. 클리오, 페리페라(Peripera), 구달(Goodal) 등의 대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몰, H&B(Health&Beauty) 스토어, 국내 및 글로벌 온라인 채널 등 다양한 곳에서 제품을 유통한다. 과거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 지역에서 수출을 확대하며 가파른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그래픽=손민균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클리오는 올해 2분기 매출 866억원, 영업이익 5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43.8% 각각 감소하는 것이다. 추정치대로라면 클리오는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악화한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주된 원인으로는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꼽힌다. 클리오는 지난해 3분기 북미에서 전년 동기 대비 약 27% 감소한 매출 5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북미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35.6%, 33% 줄어든 65억원, 57억원에 그쳤다.

시장 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판매량을 책임질 만한 신제품의 부재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에서 기초 화장품은 다양한 신(新)성분 기반 제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고, 색조는 용기 차별화를 앞세운 트렌디한 제품과 브랜드가 다수 출시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 클리오 제품은 전반적으로 뉴니스(신선함·newness)가 약화하며 매출 감소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클리오는 올해 북미를 겨냥한 신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총 20가지 피부 톤에 맞춰 개발한 북미 전용 쿠션 제품을 아마존을 통해 출시했다. 지난 5월에도 립 전문 브랜드 페리페라가 북미 지역 전용 틴트 제품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초 화장품은 수출 과정에서 피부색 등에 구애받지 않지만, 색조 화장품은 색상이 제한적이라 해외 수요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그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클리오가 올해 1월 미국 아마존에 출시한 '킬 커버 파운웨어 쿠션 디 오리지널' 컬러 베리에이션 제품. 총 20가지의 색상으로 개발됐다. /클리오 제공

클리오는 기초 화장품 제품군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클리오의 기초 화장품 브랜드 구달은 어성초 성분을 활용해 만든 앰플, 크림 등을 코스트코에 입점했다. 5월에는 청귤 성분이 포함된 만든 선크림 제품을 북미 시장에 선보였다.

유럽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클리오는 현지 유통 벤더 오리엔트레이드(Orientrad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유럽 내 판로를 넓히고 있다.

페리페라와 구달은 올해 1분기 이탈리아 최대 패션 리테일 체인 '오브이에스(OVS)'에 입점했다. 페리페라는 유럽 전역에 40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뷰티·생활용품 드럭스토어 '디엠(dm)'의 이탈리아 지점에도 입점했다. 이 밖에 구달은 지난달부터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대형 드럭스토어 체인 '크루이드바트(Kruidvat)'의 매장 총 1300여 곳에 입점했다.

제품군 확장과 함께 마케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클리오가 집행한 광고 홍보비는 지난 2023년 1분기 102억원에서 지난해 1분기 149억원, 올해 1분기 164억원 등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클리오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을 이룰 것으로 본다. 박 연구원은 "전반적인 변화 시도와 낮은 기저를 감안할 때, 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