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70대 할머니 박막례 씨 등 유명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들이 뷰티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습니다.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산업이 발전하자 인플루언서들이 유명세를 이용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겁니다.
앞서 이영애, 고현정 등 톱스타들도 일찌감치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인지도와 브랜드의 성공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브랜드가 되지 않으려면 제품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 인플루언서 본인 스스로 브랜드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93억달러(13조97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화장품 수출액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인디 브랜드'라 불리는 중소 브랜드의 성장이 있습니다. 식약처 기준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화장품 책임판매업체 수는 3만1524개로, 2019년 1만5707개에서 4년 만에 2배 성장했습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유명세를 다진 인플루언서까지 각자 브랜드를 출시해 화장품 사업을 펼치는 덕분이죠.
최근 조민 씨는 화장품 브랜드 '세로랩스(CEROLABS)'를 출시했습니다. 출시 후 2주 만에 일부 제품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박막례 씨도 뷰티 브랜드 '례례'를 선보였습니다. 박씨의 피부 관리 비법을 바탕으로 쌀뜨물과 도토리 가루를 주원료로 제품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잇따라 화장품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화장품 ODM 기업들 덕분입니다. 개개인이 자체 생산 인프라를 갖고 있지 않아도 ODM 업체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습니다. 국내 ODM 기업으로는 한국콜마(161890)와 코스맥스(192820)가 가장 크고, 코스메카코리아(241710)·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한국화장품제조(003350)까지 5곳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인디 브랜드의 성장으로 전체 시장 파이가 커지자, 신사업 확장을 노리는 기업들도 화장품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000080)그룹의 계열사 서영이앤티는 지난 10월 사모펀드(PEF) SKS프라이빗에쿼티가 보유한 국내 화장품 ODM 업체 비앤비코리아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습니다.
필기구로 유명한 모나미(005360)도 2022년 경기 용인시에 색조 화장품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작년 1월 '모나미코스메틱'을 자회사로 설립했습니다.
일각에선 인플루언서와 기업들이 뷰티 산업에 우후죽순처럼 진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나옵니다. ODM 시장이 이제는 레드오션에 가까워 막 뛰어드는 후발 주자가 브랜드 가치를 쌓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유명세에만 기대면 브랜드를 꾸준히 운영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배우 고현정은 2015년 '코이'라는 브랜드를 내놨지만, 매출 부진으로 2018년 사업을 접었습니다. 지금은 화장품 제조 판매사 브랜드홀더가 2020년 코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톱스타임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사업에선 우여곡절을 겪은 것입니다. 배우 하지원도 2015년 '제이원(J.ONE)'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였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조사였던 골드마크와 1년 만에 초상권, 보수 등과 관련해 분쟁이 생겼고, 골드마크는 하지원과 결별한 뒤 제이원코스메틱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발했습니다.
인디 브랜드가 너무 많이 생겨나 브랜드별 차별성이 모호해졌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너무 많은 뷰티 브랜드가 생겨나 소비자들 입장에서 어떤 제품이 뛰어난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명인들이 직접 제품의 기획이나 개발에 참여한 경우가 있고, 유명인의 이름만 빌려서 제품을 출시한 경우도 있다"며 "제품력은 기본이고 자신의 노하우가 얼마나 녹아들었는지 진정성을 보여줘야 장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