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캐릭터 ‘헬로키티’가 이달 1일로 50돌을 맞았다. 50년간 헬로키티가 거둔 매출은 80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

모델들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헬로키티 50주년 팝업스토어'에서 50주년 기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헬로키티는 지난 1974년 일본의 캐릭터 상품 제조업체인 산리오가 어린이 용품과 문구류를 장식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다.

산리오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시미즈 유코가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산리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성장한 헬로키티는 수십년간 유니세프 홍보대사와 일본 외무성 특사 등을 지내며 이름을 알렸다.

시미즈가 산리오를 떠난 뒤 헬로키티 인기는 점차 시들해졌다. 산리오는 1979년 브랜드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 야마구치 유코 등에 헬로키티 새 이미지를 제시하는 작업을 맡겼다.

헬로키티가 ‘음악가 지망생’이라는 설정을 토대로 야마구치는 그랜드피아노를 선물 받은 헬로키티 모습을 디자인했다. 이후 45년간 헬로키티의 어머니로 불리며 캐릭터의 비주얼 정체성을 주도했다. 야마구치는 팬들을 만나 매출 감소 원인을 파악했고, 이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헬로키티는 다시 전성기를 누렸다.

야마구치는 CNN에 1987년 한 팬에게서 받은 편지가 영감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헬로키티 열렬한 팬이었던 한 고등학생이 친구들과 부모님으로부터 헬로키티는 어린이용 캐릭터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편지에 적었다”며 “당시 그 학생은 자신과 같은 고등학생을 위한 제품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야마구치는 이후 헬로키티와 함께 나이 든 팬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제품군을 확장해나갔다.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침체하자 헬로키티는 해외로도 눈을 돌렸고, 일본 문화에 관한 관심을 등에 업고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명품 브랜드와도 손잡고 대만 에바항공 광고 등에도 등장한 헬로키티는 TV 시리즈 등으로도 만들어졌다. 1세대 팬들이 부모 세대가 되고 복고 열풍이 불면서 헬로키티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야마구치는 “헬로키티도 탄생 100주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