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패션 기업이 매년 팔리지 않은 재고를 파쇄해 소각한다. 보관비 부담 감소, 손실 처리를 통한 세금 보전 등의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재고 폐기에는 심각한 환경오염이 뒤따른다. 새 옷이 소각되는 자체가 자원 낭비인 데다 소각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매립지에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분해 과정에서 메탄을 분출하다 보니, 환경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재고를 폐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 신성장 전략 ‘그린 딜’의 하나로 제시된 ‘에코디자인 규정’에 따라 2026년부터 판매되지 않은 직물 및 신발 폐기를 직접적으로 금지했다. 내년부터는 재고 수량과 처리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세계적인 ESG 경영실천 기조와 더불어 가치소비 트렌드의 영향이 늘면서 업계에서도 환경친화적인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서경대학교 캠퍼스타운 입주 기업인 세컨딩(Seconding)은 패션 브랜드 재고의 선순환을 돕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세컨딩은 친환경 패션의 대중화를 위해 빈티지 상품 추천, 친환경 패션 전시 리뷰, 자체 리메이크 프로젝트 등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는 친환경 패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다.
‘친환경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앞세우고 있는 세컨딩은 패션 브랜드가 보유한 재고 상품을 매입해 리폼한 후 와이즈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의 니즈를 반영해 그래픽, 메인라벨, 케어라벨 등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외하고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완성해 제공한다.
세컨딩은 친환경 메시지 전달을 넘어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를 알리고자, 모든 과정을 콘텐츠로 제작해 자체 유튜브 채널 ‘일행’s Seconding Studio’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 리메이크 콘텐츠는 세컨딩이 기획한 하나의 제품형 콘텐츠로, 재고 문제를 겪는 브랜드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세컨딩 관계자는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패션 브랜드의 재고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재고 의류 상품을 적정 가격으로 매입해 리사이클링 상품으로 재탄생시켜 자원 선순환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브랜드들이 디자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모든 과정을 콘텐츠화 하여 친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브랜드의 ESG 경영에 대한 마케팅 및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