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1조원을 넘는 패션 브랜드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단일 브랜드는 명품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유일했다. 그러나 올해는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뉴발란스,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 유니클로와 탑텐이 ‘1조 클럽’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는 올해 연 매출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9614억원으로, 소비자가격 기준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82% 증가한 24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작년 수준의 성장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다운 재킷 ‘눕시’ 등이 꾸준한 인기를 끈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달 초엔 주주들에게 957억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10년래 최대 규모다.
이랜드월드의 뉴발란스도 올해 매출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뉴발란스는 2020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 이래 지난해 연 매출 9000억원을 거뒀다. 백화점 매출 기준으로는 2021년부터 아디다스를 제치고 나이키에 이어 스포츠 브랜드 2위를 지키고 있다. 이런 성장세를 기반으로 지난달 이랜드그룹은 임원 인사에서 뉴발란스 브랜드장 출신의 조동주 대표를 이랜드월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뉴발란스의 성장을 이끈 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신발이다. 프리미엄 상품군인 ‘993시리즈’를 비롯해 ‘530시리즈’ 등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뉴발란스 의류는 한국에서, 신발은 미국 본사에서 제작하는데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바잉(구매)해 온 게 통한 것 같다”면서 “‘530시리즈’의 경우 미국 본사보다 한국에서 더 잘 팔리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SPA 브랜드 탑텐과 유니클로도 올해 ‘1조 클럽’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신성통상(005390)이 운영하는 탑텐은 한·일 갈등으로 인한 불매 운동으로 경쟁사인 유니클로가 주춤한 틈을 타 성장 패달을 밟았다. 지난해 매출은 9000억원대로,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게 되면 토종 패션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조 클럽’ 타이틀을 얻게 된다.
탑텐의 성장 비결은 많은 매장과 저렴한 가격이다. 2020년만 해도 매장이 400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종합병원까지 진출해 매장이 700개를 넘는다. 아동복, 속옷, 운동복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상품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1+1′ 행사를 수시로 여는 것도 고객 저변 확대에 보탬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에프알엘코리아가 전개하는 유니클로도 5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023530)이 51대 49로 합작한 회사다.
2005년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2018년만 해도 매출이 1조4000억원에 육박했으나, 이듬해 터진 불매 운동으로 인해 매출이 반토막 나며 덩치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다시 회복세를 보인 끝에 지난해 회계연도(2022년9월1일~2023년8월31일) 매출 921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은 1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달 2024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31일) 실적 발표에서 한국의 매출과 이익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니클로 한국·동남아시아·인도·호주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5405억엔(4조9705억원), 영업이익은 35% 증가한 976억엔(897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달 잠실 롯데월드몰에 국내 최대 매장을 여는 등 향후 한국 매장을 추가로 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유니클로의 매장 수는 128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