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강남구 세정 사옥에서 박이라 세정 대표가 그룹의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견고하고 단단한 옷, 그것이 세정의 강점입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우리 브랜드를 볼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박이라(46) 세정 대표는 17일 서울 강남구 세정 사옥에서 열린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세정그룹은 박순호(78) 회장이 부산 중앙시장의 ‘동춘상회’에서 시작한 패션 기업이다.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를 설립해 남성복 인디안을 출범한 후 현재 여성복, 주얼리, 라이프스타일 등 12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종합 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의 성공담을 담아 TV 드라마 ‘패션 70s’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박 회장의 막내 딸인 박 대표는 2005년 세정에 입사해 현재 세정 사장에 올랐다. 현재 세정씨씨알, 원커넥트, 다니 대표 등을 겸직하며 2세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날 박 대표는 향후 50년을 향한 회사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세정은 ‘삶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을 목표로 ▲역량 있는 외부 전문가와 연대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신기술 선제 도입 ▲글로벌 브랜드 육성 ▲나눔 상생 경영의 계승 등 4가지 전략을 추진한다.

먼저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한다. 남성 패션 웰메이드·트레몰로, 여성 패션 올리비아로렌, 온라인 특화 패션 WMC, 주얼리 디디에 두보, 라이프 스타일 코코로박스 등 각 사업 부문별 시장 상황과 브랜드 특성에 맞는 조직문화·프로세스·성과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첫 단계로 여성 패션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12월 1일부로 여성복 올리비아로렌을 독립 법인으로 전환한다. 박 대표는 “남성복에서 시작한 회사이다 보니 아직도 남성복 기획 시스템에 맞춰진 경향이 있다”면서 “법인 독립을 통해 여성복 회사로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재 3000억원 수준인 여성복 매출을 세정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스포츠와 뷰티 등 신사업도 확장한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을 활발히 추진한다. 이 일환으로 박 대표는 지난 3월 ‘마뗑킴’을 만든 김다인 대표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여성복 브랜드 ‘다인잇’을 출범했다.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 내년엔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현재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 두보가 홍콩에 매장을 냈고, 글로벌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향후 동남아와 두바이 등 주얼리에 관심이 많은 국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 초 ‘이라위크’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처절한 시도”였다라고 고백했다.

박 대표는 “내가 봐도 회사가 어덜트(노후)하고 새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브랜드가 뭘 해도 개인에만 관심이 있더라”면서 “사람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관심 갖게 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최근 인테리어 콘텐츠 영상을 올렸는데, 코로로박스 브랜드의 반응이 좋아졌다. 시너지가 있어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세정은 1988년 대리점 유통 사업을 시작해 현재 1000여 개 대리점을 운영 중이다. 그런 이유로 ‘대리점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에 박 대표는 “대리점이 강하다는 건 우리의 장점”이라며 “최근 무신사 등 온라인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에 진출하고 있다. 오프라인을 사업을 잘 아는 만큼 이를 강점으로 전환해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나는 나의 혼에 제품을 심는다’라는 창립 이념처럼 단단한 옷을 만드는 게 세정의 차별점”이라며 “IMF 때도 신규 브랜드 3개를 출시할 만큼 어려울 때 더 잘하는 회사다. 저성장 고착화 시기지만 위기를 기회 삼아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