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컬러 아뜰리에'에서 연구원이 립스틱을 조색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여기 빨간 원단이 있죠. 이런 색(色)의 립스틱을 만들어 볼게요.”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161890) 종합기술원 내 ‘컬러 아뜰리에’. 연구원이 팔레트 위에 립밤의 원료인 왁스를 덜어내고 빨강과 노랑, 흰색 안료를 섞자 금세 원단과 유사한 색의 립스틱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더 코랄(Coral·산호) 느낌을 원한다면 노랑을 조금 섞으면 됩니다. 모두 화장품 원료들이라 피부에 발라볼 수 있어요.”

컬러 아뜰리에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가 지난달 15일 문을 연 색조 화장품 개발 공방이다. 색조 전문가가 고객사가 원하는 최적의 색을 구현해 준다.

국내 화장품 업체 중 색조 화장품 개발을 위한 맞춤 공간을 선보인 건 콜마가 처음이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1년여 간의 준비 끝에 완성된 공간으로, 콜마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색조 제품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컬러 아뜰리에' 전경. /김은영 기자

238㎡ 규모로 조성된 공간은 크림과 핑크가 어우러진 화사한 인테리어와 채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벽에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각종 룩북과 원단 스와치(견본), 컬러 칩 등을 전시해 화장품 개발자들이 색에 대해 다양한 영감을 받도록 했다. 공간명인 컬러 아뜰리에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공방에서 따왔다.

공간을 총괄하는 최원정 한국콜마 CX(Color Experience) 스튜디오 센터장은 “기존엔 립스틱을 개발할 때 경쟁사의 인기 제품을 주고 동일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기존 것을 모방하기보다 다양한 영감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공간을 위한 색상도 특별히 개발했다.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의 ‘CX 핑크’다. 최 센터장은 “콜마를 상징하는 기업 색상이 기술력을 강조한 파랑(이노베이트 블루)인데, 트렌디한 회사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과감히 핑크를 적용했다”며 “방문객들이 ‘콜마 같지 않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라고 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컬러 아뜰리에'에서 최원정 한국콜마 CX(Color Experience) 스튜디오 센터장이 색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컬러 아뜰리에는 고객사에게 샘플 제작 및 테스트, 제품 품평회, 스튜디오 촬영 등 올인원(일체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토끼 혀 립스틱’을 만들고 싶다면 누디 핑크 계열 색을 그 자리에서 조색하고, 고객사의 수정 의견을 바로 반영해 위층에 있는 색조 메이크업 연구소가 샘플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통상 색조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 고객사가 색을 선정하기까지 평균 2~3달이 걸리지만, 컬러 아뜰리에를 거치면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같은 빨강이라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달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데, 고객사와 함께 조색을 하므로 정확하고 빠르게 색을 개발할 수 있다”면서 “한 해외 고객사는 이곳에서 색을 계속 만들면서 바로 사진을 찍어 뉴욕으로 보내며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고객사에 맞는 ‘컬러 처방’도 해준다. 브랜드마다 고객층이 다르고, 인기 있는 색이 다른 만큼 CX스튜디오의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사의 니즈(요구)에 맞는 색을 제안해 준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내 '컬러 아뜰리에' 전경. /김은영 기자

한국콜마가 컬러 아뜰리에를 개관한 이유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색조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화장품 업계가 주력하는 미국의 경우 6월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가운데, 색조화장품 수출액은 132% 급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맞춰 한국콜마는 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세계 최대 색조 원료사인 센시언트뷰티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색조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컬러 아뜰리에는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40종 이상의 파운데이션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고객사가 늘어나는 만큼 다양한 인종의 피부 색을 연구해 메이크업 제품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최 센터장은 “같은 빨강이라도 인종에 따라 발색 되는 결과가 다르다”면서 “피부색을 연구하면 글로벌 소비자에 대한 컬러 제안이 수월해지고 제품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크업(색조 화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와 행동 패턴 등이 결합된 일종의 문화 산업”이라며 “색조 제품을 콜마에서만 만들어야 하는 존재 이유가 되는 게 컬러 아뜰리에의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