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진출이 거센 가운데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를 취급하는 무신사, 29CM 같은 버티컬 플랫폼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저가에 생산된 도매 상품을 떼어다 파는 소형 쇼핑몰(셀러)이 입점된 오픈마켓 형태의 패션앱들의 이용자가 최근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무신사 로고. / 무신사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지난 2월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약 50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무신사 MAU는 ▲10월 30.4% ▲11월 26.5% ▲12월 22.6% 순으로 지속적으로 20% 이상 늘었다.

올해에는 패션업계 비수기인 연초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1월에 14.5% 증가하더니 2월에도 거의 20% 가량 이용자가 늘어나며 견고한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여줬다.

동기간 여성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에 특화된 온라인 편집숍 29CM(이십구센티미터)도 이용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CM MAU는 전년 동기 대비 60.5% 증가하며 122만명을 돌파한 이후 ▲2023년 1월 57.2% ▲2024년 1월 48.5% ▲2024년 2월 50.1% 등으로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에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플랫폼이 초저가를 무기로 침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 버티컬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무신사와 29CM는 흔들림없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신사와 29CM 같은 패션 버티컬 플랫폼이 근원적 경쟁력으로 꼽히는 취급 상품 구색 측면에서 중국계 저가 플랫폼과 확연히 차별화된 역량을 갖춘 덕분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무신사는 택갈이와 보세 상품 등을 판매하지 않고 스트리트, 캐주얼, 포멀 등의 다양한 스타일에 걸쳐서 개성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다룬다. 29CM도 여성 패션과 감각적인 취향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입점시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똑같은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면서도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공세로 이용자 감소 직격탄을 맞은 경우도 있다. 카카오스타일에서 운영하는 지그재그의 경우 모바일인덱스 기준 올해 1~2월 MAU가 두달 연속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2월에 373만명에 달했던 MAU가 1년만인 올해 2월 252만명까지 100만명 이상 줄어든 것이다.

한때 에이블리, 지그재그와 함께 '3대 여성 패션앱'으로 불렸던 브랜디도 이용자가 급감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브랜디의 2월 MAU는 약 5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줄었다.

브랜디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앱 이용자 수가 40% 이상 감소하고 있다. 또 다른 여성 패션 전문앱인 에이블리의 경우 최근 3개월간 MAU 증가율이 평균 5%에 그쳐 성장세가 둔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의류, 신발, 가방 등 동일한 패션 카테고리를 다루는 모바일 커머스 앱이지만 최근 이용자 수 변화 움직임이 극명하게 엇갈린 배경에는 입점된 브랜드와 상품 경쟁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무신사, 29CM 등에는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상품을 선보이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만 입점돼 있어서 최저가 위주의 알리,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에서 패션을 구매하려는 소비층과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