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고전하는 가운데, 중저가 화장품 관련 업체의 주가는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의 화장품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것이다.
국내의 경우 다이소·올리브영, 미국의 경우 아마존·얼타로 대표되는 온오프라인 채널이 부상하면서 저가 브랜드와 중소형 인디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됨에 따라 럭셔리와 중국을 지향하던 대기업의 성장은 정체되고, 신생 브랜드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들이 주목받는 추세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메카코리아(241710)는 연초 9750원이던 주가가 27일 3만5800원으로 267.18% 치솟았다.
피어리스와 한국콜마(161890) 등을 거친 조임래 회장이 1999년 충북 음성에서 설립한 이 회사는 라운드랩, 데이지크, 힌스, 유세린, 맨소래덤 등 국내외 화장품을 생산하는데, 최근 국내 인디 브랜드의 일본·미국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7% 증가한 13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163억 9900만원, 당기순이익은 117억 6700만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 252%가량 올랐다.
이 회사의 미국 법인 잉글우드랩(950140)의 주가도 올들어 146.52% 상승했다. 미국 뉴저지에 거점을 둔 이 회사는 2018년 4월 코스메카코리아가 인수해 최대 주주(지분율 39%)가 됐다.
기초 화장품(51%), 자외선 차단제(24%), 색조 화장품(18%) 등을 생산하는데, 최근 현지 인디 브랜드의 저가 기초 화장품 주문이 증가하고 아마존, 타깃 등에서 수요가 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 150% 증가한 544억원, 92억원을 기록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화장품 소비자의 구매 행태와 채널 변화로 인디 브랜드 오더가 고신장 중이며, 넉넉한 캐파(생산능력)로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동사의 레버리지 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리들샷’이라는 제품으로 다이소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브이티코스메틱(브이티(018290))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연초 5233원이던 주가는 1만7650원으로 3배 이상 상승했다.
리들샷은 시카 리들 원료와 모공보다 얇은 미세침을 혼합해 흡수력을 높인 제품으로 지난 7월 일본에서 먼저 출시돼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에서 진행한 할인 행사에서 리들샷 단품이 판매량 기준 전체 1위를 기록했고, 조조타운이 실시한 한국 화장품 할인 행사에서도 브이티 제품 5개가 1~5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한국 기초 화장품 브랜드가 성공한 건 브이티가 이례적이다.
국내에선 지난 10월 다이소 700개 점포에 입점해 2주 만에 초도 물량을 완판했다. 리들샷 인기에 힘입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41억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이중 리들샷 매출액은 155억원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143억7700만원으로 442% 늘었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이 회사는 11월 기준 일본에 4000개 이상의 매장에 리들샷을 입점시켰고, 내년에는 8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리들샷의 해외 진출 계획까지 감안 시 추가적인 실적 성장 여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특정 국가·채널에서의 성공이 다른 국가·채널로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K뷰티 역직구 몰 ‘스타일코리안닷컴’을 운영하는 실리콘투(257720)도 숨은 뷰티 강자다. 이 회사의 주가는 전날 기준 7180원으로 올들어 241%가량 증가했다.
300개 이상의 한국 인디 화장품 브랜드를 170곳 이상의 국가로 판매하는데, 조선미녀, 헤이미쉬, 코스알엑스 등 중저가 인디 브랜드들이 실리콘투를 통해 미국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0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1억원으로 202% 늘었다. 중국향(向) 매출은 없고 미국(36.1%), 인도네시아(6.5%), 호주(4.3%), 말레이시아(4.3%), 네덜란드(4.2%) 순으로 매출 비중이 높았다. 이 회사는 헤이미쉬, 픽톤 등 인디 화장품 브랜드에 투자도 하고 있다.
색조화장품 전문 브랜드 클리오(237880)는 3분기 영업이익이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했다. 미국과 동남아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 59% 증가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50% 상회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주가는 75% 상승했다.
이 외에 ODM 업계의 양대 산맥 한국콜마(161890)와 코스맥스(192820)도 인디 브랜드 수요 증가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3년은 모든 저가 중소형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간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으로 여겨졌던 수출도 저가 중소형 브랜드로 성장의 주축이 이동하고 있다”라며 “단순 유행을 넘어 소비 트렌드의 이동으로 해석하며, 2024년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