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골프복 브랜드 ‘비오비(BOB)’를 국내에서 전개하는 새움글로벌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BOB의 법정관리는 골프복 시장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 열풍에 힘입어 성장한 골프복 시장이 해외 여행 재개, 고(高)물가, 경기 침체 등으로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BOB 매장 전경./BOB

3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1부는 작년말 BOB 브랜드의 국내 총판, 라이선스 운영사인 주식회사 새움글로벌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결정 및 관계인집회 공고를 냈다. 같은 해 11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후 약 2주만에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법정관리는 법인회생 절차로, 개인이 빚을 졌을 때 파산시키기보다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회를 주듯 법인에도 그 기회를 주는 제도다.

김광중 법률사무소 하우림 국장은 “기업회생을 신청한 때부터 약 1년 정도는 원금과 이자의 지급이 중지된다”며 “일반적으로 부채의 70%를 감면받거나 출자 전환 후 잔여 채권을 10년간 분할해 변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움글로벌은 BOB의 이탈리아 본사 라소시에트와 국내 전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파트너사로 나섰다. 앞서 보그인터내셔날이 2018년부터 남성복을 중심으로 BOB를 국내에 판매했으며, 지난 2020년 상반기 이탈리아 본사와 계약이 종료됐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구 제일모직) 출신으로 패션그룹형지(구 형지어패럴)와 성창인터패션 등을 거친 김성래 대표가 설립했으며, 새움글로벌은 BOB를 남성복은 물론 여성복과 골프 등으로 제품 범위를 확장했다.

한국 진출 후 약 1년만인 지난 2021년 박주영 선수가 이 브랜드의 점프수트를 입고 KLPGA 투어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여성 선수가 대회에서 점프수트를 입고 경기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틀에 박힌 여성 골프 패션에 파란을 일으키며 박 선수가 베스트 드레서 상을 수상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 몰이에도 골프복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면서, BOB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5월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점프수트 패션을 선보인 박주영./KLPGA

조선비즈는 BOB의 운영사인 새움글로벌에 법정관리 현황과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해 질의했지만, 관계자는 “추후 연락하겠다”고만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 열풍이 불면서, 덩달아 골프복 시장도 급성장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4조6000억원이었던 국내 골프복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5조1000억원, 2021년 5조6000억원으로 불어나 지난해 6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골프복 시장에도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골프복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고물가 등으로 골프 인기가 한풀 꺾이자 경쟁력이 낮은 브랜드부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캘빈클라인(CK) 골프’는 갤러리아 광교와 AK플라자 분당점 등에서 철수한 뒤 온라인에서만 일부 상품을 판매 중이다. 골프공으로 유명한 ‘스릭슨’ 골프복은 작년 8월부로 영업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