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왼쪽)와 LG생활건강의 '수려한' 제품. /이신혜 기자

지난달 LG생활건강(051900)이 선보인 수려한 제품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자음생 라인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아모레퍼시픽 한 직원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 시발점이 됐는데요. 이 글의 작성자는 LG생활건강이 지난달 리뉴얼(재단장)한 수려한 제품들이 설화수 자음생 라인과 유사하다면서 디자인 표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설화수와 수려한은 각각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의 대표적인 한방 화장품 브랜드입니다.

설화수 자음생 라인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사명 변경 전 태평양화학공업사가 1973년 내놓은 한방 인삼화장품 ‘삼미’에서 전개된 화장품입니다. 이후 1987년 ‘설화’라는 이름을 거쳐 1997년 ‘설화수’라는 이름으로 변경됐습니다.

2004년에는 홍콩에 ‘설화수’ 단독 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한방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 업계 라이벌인 LG생활건강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2003년 뿌리 깊은 한방원료 인삼을 한방 바이오 공법으로 가공한 한방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고려인삼을 비롯한 국산 한방원료를 엄선했다고 설명하며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배우 수애를 8년간 브랜드 모델로 내세운 데 이어 배우 문채원·박해진·한효주·박민영 등 빅모델을 연달아 발탁하며 글로벌 한방 화장품 브랜드로 국내외에 자리 잡았습니다.

2월에 리뉴얼한 LG생활건강 수려한

그러나 2월 LG생활건강의 수려한 리뉴얼 제품이 나오자 아모레 설화수 자음생 라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연이어 제기됐습니다. 수려한의 공식 SNS 계정에 리뉴얼 제품이 올라오자 ‘설화수와 비슷하다’는 댓글이 연달아 올라왔죠.

수려한 측은 댓글이 올라온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상태입니다. SNS 이용자들은 제품 용기 디자인과 황토색 등 전체적인 제품 콘셉트가 너무 유사하다고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LG생건 관계자는 “정면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화장품 캡(뚜껑) 모양도 설화수 제품은 원형, 수려한 제품은 타원형이고 제품의 색깔도 명백히 다르다”고 말합니다.

단지 제품 콘셉트로 따지면 LG생활건강 같은 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등 다른 회사 제품이랑 훨씬 더 유사한 제품이 많다는 거죠.

LG생활건강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 선 적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 LG생활건강은 자사 브랜드인 ‘빌리프’의 화장품 용기에 있는 막대그래프 표기를 토니모리가 따라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1심 재판부는 LG생활건강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뒤집혔습니다. 당시 토니모리는 막대 표기법이 LG생활건강의 고유 성과가 아니며,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화장품 용기에 막대그래프를 이용해 성분을 표기한 것이 저작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토니모리에 최종 승소 판결했습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왼측)와 토니모리 화장품. /법무법인 광장 제공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수려한 리뉴얼 건과 관련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아모레 관계자는 "설화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이다 보니 국내외에서 유사한 콘셉트나 디자인의 제품들이 적지 않다”며 “해당 LG생활건강 제품의 디자인 유사성 수위를 판단해 법적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자인 표절 의혹에 휩싸인 LG생활건강.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대 입장이었기에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반응입니다. 지난해 12월 LG생활건강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정애 사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브랜드를 전개해 나갈지 관심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