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 패션 자회사 롯데지에프알이 지난해 출범한 카파와 까웨의 사업 확대를 중단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공식 출범한 이탈리아 스포츠 의류 브랜드 카파와 프랑스 캐주얼 의류 브랜드 까웨의 국내 생산을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브랜드는 2021년 당시 대표로 있던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애슬레저(Athleisure·일상에서 입는 운동복) 브랜드 강화를 목표로 국내 사업권 전개권을 따냈고, 작년부터 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당시 백화점 등에 입점해 5년 내 매출 3000억원(두 브랜드 통합)을 내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그러나 그해 12월 정 대표가 롯데백화점 대표로 이동하면서 사업 계획이 수정됐다.

카파의 경우 100% 라이선스 브랜드로 기획됐고, 까웨는 50%를 국내에서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재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매장 확대 전략의 수정으로 생산 물량을 줄이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라며 “지금은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숨을 고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축소에 따라 출범 당시 함께 했던 디자이너와 스타일 디렉터, 마케터 등도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회사를 떠난 한 직원은 “신규 브랜드라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경영진 교체로 계획이 전면 수정되면서 출범 초에 있던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관뒀다”고 귀띔했다.

현재 롯데지에프알을 이끄는 수장은 이재옥 대표다. 1995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상무)을 역임하다 2021년 연말 롯데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자리를 옮겼다.

롯데지에프알은 롯데쇼핑이 패션사업을 키우기 위해 2018년 6월 출범한 패션 전문 회사다. 수입 브랜드를 운영하던 롯데백화점 패션사업 부문 GF(글로벌 패션)와 여성복 나이스클랍, 티렌 등을 운영하는 패션 자회사 엔씨에프를 통합해 출범했다.

초기엔 아이그너, 훌라 등 12개의 수입 브랜드를 운영했지만, 이중 나이스크랍, 겐조, 빔바이롤라 3개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이후 2021년 카파와 까웨의 국내 전개권을 획득했고, 지난해 영국 화장품 브랜드 샬롯 틸버리와 캐나다 프리미엄 패딩 캐나다구스의 국내 판권을 확보했다.

2019년 1518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21년 87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2억원에서 123억원으로 늘었다.

롯데지에프알은 지난해 6월 유상증자 형태로 롯데쇼핑으로부터 300억원을 수혈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지에프알이 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거란 관측이 나왔었다.

롯데지에프알 관계자는 “카파와 까웨의 생산 물량을 줄인 것일 뿐 브랜드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