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상위 7개사가 작년에 이어 올해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하며 2013~2014년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올 들어 급증한 재고와 소비 위축 가능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웃도어 한해 장사를 책임지는 겨울을 앞두고 금리 인상에 따라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한편 기온은 올라가 재고 소진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9대 브랜드로 꼽히는 노스페이스·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K2·네파·블랙야크·아이더·코오롱스포츠·컬럼비아·밀레의 작년 총매출은 2조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데 이어 상반기에도 23% 늘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은 등산복이 60~70대의 외출복으로 급부상한 2013~2014년 정점을 찍은 뒤 2015년부터 하락세였으나 2020년 소폭 증가한 이후 그야말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내 운동이 금지되자 등산, 캠핑 등 야외 운동에 관심을 갖는 2030대가 늘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등린이(등산+어린이) 해시태그가 급증한 것이 이 무렵이다.

그동안 중장년을 타깃으로 했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20~40대 고객을 위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수지(K2), 아이유(블랙야크), 에스파(아이더) 등 젊은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

일부 브랜드는 재고자산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했다. K2 운영사 케이투코리아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 기준 11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고 블랙야크(비와이엔블랙야크)는 16% 감소한 1311억원으로 나타났다.

◇ 영원무역·F&F·더네이쳐 상반기 재고자산 1조 돌파

파죽지세였던 아웃도어 업계에서 최근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 둔화 시그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액 지수는 3~7월 5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8월 반등했다가 9월 다시 줄었다.

상반기 재무제표를 공개한 상장사를 보면 재고자산이 확대됐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을 고객사로 보유한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영원무역(111770)의 상반기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36% 늘어 9230억원이다.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를 운영하는 F&F(383220)는 27% 증가한 2363억원, 내셔널 지오그래픽 의류·잡화 판매사 더네이쳐홀딩스(298540)는 36% 늘어난 845억원으로 나타났다.

OEM을 하는 영원무역의 경우 글로벌 고객사의 발주가 증가한 영향이 큰데, 하반기 들어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가시화 되고 있어 수요가 위축 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내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8월부터 제품 판매량이 확 꺾였다”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곳 중 하나가 의류이고 아웃도어는 가을·겨울 제품 가격대가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호황에 힘입어 신규 브랜드가 시장에 속속 진입한 것도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작년 말 LF가 미국 고급 아웃도어 브랜드 티톤브로스 제품을 국내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롯데백화점이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 오프로드를 선보였다. K2코리아는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를 내년 유통한다.

전통적인 아웃도어 강자 사이에서 10~20대를 타깃으로 한 신생 아웃도어 브랜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무신사에 입점한 그레일즈, 그라미치가 대표적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지난 8월부터 겨울 패딩을 판매하는 이른바 역(逆)시즌 할인행사를 예년보다 한달 정도 빨리 진행한 데 이어 광고모델을 새롭게 선정하며 소비자 붙잡기에 나섰다.

네파는 8년 간 모델로 활동한 배우 전지현 대신 유아인을 9월 새롭게 모델로 기용했다. 코오롱스포츠는 기존 광고모델이었던 공효진과 결별 후 김태리와 계약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김다미, 블랙야크는 손석구, 아이더는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을 새롭게 모델로 발탁했다.

아웃도어 이외 스포츠 카테고리로 확장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다. F&F는 지난 7월 미국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SERGIO TACCHINI)를 827억원에 인수했고 더네이쳐홀딩스는 5월 래시가드로 유명한 배럴을 760억원에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