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078520) 대주주가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하지 못해 EOD(기한이익상실)에 빠졌다. 인수대금 중 약 1200억원을 4%대 금리에 조달했으나 연체 가산금리가 붙어 7%대로 올랐다.

대주주는 매각을 전제로 인수금융 만기를 9개월 연장해 시간을 벌 계획이었으나 불발되면서 하루빨리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주단에서도 에이블씨엔씨가 성공적으로 매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서울 명동 미샤 매장 모습. / 조선DB

7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 대주주 리프앤바인은 이달 중순 인수금융 상당액의 만기가 돌아와 이를 연장하려 했다. 대주단이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전제로 만기를 9개월 연장하는 안에 동의하는 듯 했으나 신협중앙회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리프앤바인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에이블씨엔씨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IMM PE는 2017년 지분 25.5%를 1882억원에 매입한 뒤 1년 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2300억원을 투입, 현재 지분(59.2%)을 확보했다. 이중 약 12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2020년부터 대주단과 맺은 재무약정을 이행하지 못해 EOD를 선언할 수 있는 상태였다. 재무약정 내용에는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00억원 이상, 부채비율 80% 이하 유지, 주식 담보인정비율(LTV) 60%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은 60%대에 그쳤으나 영업적자를 내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무약정 불이행 상태가 됐다.

에이블씨엔씨는 2019년 매출 4222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중저가 화장품 수요 부진 여파로 매출은 3075억원으로 줄고 영업적자는 680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 매출은 2629억원, 영업적자는 224억원이다.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2017년 2만8000원에서 현재 5000원대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6일 기준 1368억원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화장품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IMM PE가 인수할 당시 주당 4만3636원에 비하면 8분의1 수준이다.

대주단은 재무약정 불이행에도 일단 별다른 대안이 없어 채무상환 유예(웨이버)를 해준 데 이어 현재 EOD 상태에 빠졌지만 당장 담보권 실행 대신 매각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IMM PE는 작년부터 인수대상자를 물색해왔으며 지난달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 했다.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중국건설은행, 신협중앙회 등 대주단 관계자들은 IMM PE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수대상자를 찾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고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입을 모았다.

그 전까지 미샤 대주주는 연체이자를 계속 물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올 들어 겨우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한 미샤 기업가치에 마이너스다. 다만 이 시점에 새로운 대출처를 찾는다고 해도 7%대 이자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 대주주와 대주단 모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샤가 대주주가 원하는 1500~2000억원의 기업가치로 매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대주단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북미, 동남아를 중심으로 K뷰티 열풍이 살아나고 있지 않나"라며 "주가가 거품이 빠져서 오히려 관심을 보이는 SI(전략적 투자자), FI(재무적 투자자)가 제법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주단의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매각이 잘되는 것 말고는 답이 없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건은 팔리냐 안팔리냐 보다는 얼마에 팔리느냐"라고 전했다.

대주단의 경우 매각이 지지부진하더라도 주식 처분 등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반면 IMM PE에 투자한 출자자(LP)는 에이블씨엔씨 투자 자체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 펀드의 다른 포트폴리오로는 지분 매각 추진중인 산업용 가스 제조사 에어퍼스트, 케이뱅크, 쏘카 등이 있으며, 이 회사들 투자 수익률을 높여 에이블씨엔씨 손실을 만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