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롤렉스 본사가 한국 소비자에게 소매 판매를 허가한 9개의 공식 딜러가 날로 치솟는 인기에 남몰래 웃고 있다.

이들의 합산 연 매출은 2900억원으로 웬만한 중소기업 뺨치지만 대중에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9개 회사 모두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롤렉스라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사업 기반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일부는 배당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그래픽=이은현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롤렉스는 지난 2002년 스위스 본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국로렉스’란 법인을 세웠다.

이 법인은 스위스 본사에서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데, 일부 면세점 등에 납품하기도 하지만 주로 국내 공식 딜러에 대한 도매상 역할을 한다.

수입·도매업과 국내 소비자에 대한 제품 수리 등 서비스업을 통해 작년 연 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288억원을 기록했다.

롤렉스 시계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은 공식 딜러사가 한다. 이들은 전국 10개 롤렉스 백화점 매장에서 제품 판매를 전담한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백화점에서 직접 담당하는 반면 잠실점은 나우워치란 회사가 운영하고 ▲부산본점은 홍보시계가 맡고 있다.

신세계(004170)백화점 본점은 그리니치 ▲타임스퀘어는 카이로스 ▲센텀시티는 명보사 ▲대구점은 명보시계가 관리한다.

현대백화점(069960) 압구정본점은 우노와치 ▲무역센터점은 현대시계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동화시계가 공식 벤더사다.

롤렉스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 이런 다중 판매 채널 전략을 취한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가 한국 법인을 세운 뒤 유통을 전담시키는 방식과는 차별화 된다.

‘시계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판매에 관여해야 한다’는 회사 신념 때문이다. 시계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수리·유지 방법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가 판매 자격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판매 자격을 취득한 9개사 회사는 롤렉스 판매 이전부터 시계·잡화 판매, 수입업에 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초반 롤렉스 본사가 한국에서 유통되는 짝퉁 제품으로 골머리를 앓을 때 본인들의 시계 취급 경력을 토대로 본사와 협상에 성공, 20년 가까이 거래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 9개 공식 딜러사 연 매출 2900억…가족이 소유하며 수억원씩 배당

9개사의 연 매출은 29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각 매장에서 롤렉스를 판매하고 일부는 같은 지점이나 지역 내 다른 매장에서 롤렉스 자매 브랜드인 튜더 매장을 열었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나우워치(롯데 잠실점)는 작년 457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39억원이다.

다음으로 ▲우노와치(현대 압구정) 매출 422억원, 영업익 40억원 ▲그리니치(신세계 본점) 매출 405억원, 영업익 37억원 ▲카이로스(신세계 타임스퀘어) 매출 381억원, 영업익 36억원 ▲현대시계(현대 무역) 매출 377억, 영업이익 34억원 순이다.

창업주 일가는 일찍이 거래선을 잘 뚫은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처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일부는 배당을 통해 짭짤한 부가 수익을 얻고 있다. 9개 회사 모두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가령 나우워치는 2020년 총 20억원, 작년 30억원을 배당했는데 유영우 대표와 특수관계인으로 추정되는 유시호 씨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배당금은 당기순이익(28억원)보다 많다.

그리니치는 류한욱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총 5억원을 배당했다. 카이로스 역시 이윤용 대표 및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가졌고 2020년 총 1억5000만원, 작년 2억원을 배당했다.

신세계백화점 부산·대구 롤렉스 매장은 형제가 운영하고 있다. 명보사(센텀시티)를 형인 정성목 대표가, 명보시계(대구점)를 동생인 정경목 대표가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54년 부산 광복동에 문연 시계·귀금속 전문점 명보사 집안 형제들이다.

형제의 매제인 김영배 대표는 또다른 명품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 보메메르시에, 브라이틀링을 수입해 판매하는 명보아이엔씨 대표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1967억원, 영업이익은 316억원이다. 한 가족이 수입 시계 만으로 2000억~300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이다.

수입시계 판매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해외 명품 시계 브랜드는 ‘우리는 제조만 하고 판매는 현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는 원칙이 있어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만 롤렉스가 언제든 변심을 하면 거래가 종결되는 슈퍼 갑(甲)이기 때문에 공식 딜러들이 눈치를 많이 보고 폐쇄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