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 젊은 층의 ‘애국 소비’ 열풍이 국내 기업의 탈(脫)중국을 이끌었지만,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아모레퍼시픽 제공

6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김승환 대표는 지난달 31일 공정(Gong Zheng) 상하이 시장과 화상회의를 열고, 아모레퍼시픽의 상하이 현지 투자 전략 및 계획을 협의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하이를 중심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중국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 확대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정 시장도 화장품 산업이 ‘상하이 6대 핵심 사업’ 중 하나에 포함된다며, 아모레퍼시픽의 투자 확대를 거듭 요청했다고 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등 제5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에 참석한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을 지원하고, 이에 적합한 사업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이는 최근 국내 화장품·패션 대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법인이 설립된 지 오래 됐고 상하이 연구 센터 등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라며 “CIIE에 정례적으로 참석해온 데다 김 대표도 취임한 지 오래되지 않아 양측의 회동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자딩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센터. /아모레퍼시픽

김 대표가 중국 지방정부 수장과 1대1로 만나 현지 투자를 논의한 건 2020년 말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김 대표는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연 간담회에서 3분기 중국 실적 부진에 대응할 처방이 필요하다며 중국 내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장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미국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 운영사인 타타스 네이처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 지분 100%를 인수하기 위해 유상증자로 약 1681억원을 조달했다고 공시했다.

북미 시장은 중국에 비해 정치적·사회적 리스크가 적은 데다 뷰티 산업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다(多)인종 북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인정 받을 경우, 글로벌 시장 내 존재감도 한층 키울 수 있다.

실적도 상승세다. 올해 2분기 라네즈,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의 선전으로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이상 증가했다. 지난 7월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는 라네즈가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에 올랐다.

동시에 대(對)중국 투자 고삐도 죄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을 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면세점 운영 업체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의 모기업 ‘중국중면’(中国中免·CTG)에 1억달러(약 1340억원)를 투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워낙 많아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상 매장을 줄이긴 했지만 절대 내려놓을 수 없고 계속 투자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