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주요 계열사 임원진을 대상으로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최근 중국 사업 부진 속에 전방위적 사업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기 인사다. 업계에선 오너 3세의 입지를 강화해 경영 승계를 준비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달 1일자로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통상 임원 인사 시기는 매년 말이지만,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경영 주기를 이달로 바꿨다고 사측은 밝혔다.

이번 인사로 아모레퍼시픽(090430) 주요 임원과 계열사 대표가 대거 교체됐다. 이니스프리 대표이사에 선임된 최민정 상무는 1978년생으로 그룹전략실 디비전(Divisoin)장과 에스쁘아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 상무가 빠진 에스쁘아 대표직에는 1979년생 이연정 에스쁘아 BM(브랜드매니저)팀장이 앉았다.

아모레퍼시픽의 품질 디비전장·SCM(공급망 관리)전략팀장을 거친 유승철 대표는 코스비전 대표이사를 맡았다. 데일리뷰티 마케팅을 총괄했던 노병권 부문장은 데일리뷰티 유닛(Unit)장으로 승진했다. 유 대표는 1973년, 노 유닛장은 1978년생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로 올해 2분기 연결기준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264억원으로 21.3% 줄었고, 같은 기간 2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에서 북미 시장 공략과 디지털 부문 강화에 사활을 건 이유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중국에 치우친 기존 사업을 개편해 새로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서민정 아모레퍼시픽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

업계에선 승계 기반 마련차 40대 임원을 전진배치하고 젊은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조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럭셔리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의 보유 지분도 주목을 받는다. 서 담당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주력 계열사 중 두 곳의 대표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 담당은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보통주 2.93%, 우선주 1.04%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의 경우 이니스프리 18.18%, 에뛰드 19.5%, 에스쁘아 19.52%가 서 담당 몫이다.

에뛰드의 경우 지난해 이창규 상무가 대표로 선임됐다. 1972년생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그룹전략 디비전장을 지낸 그는 이미 2018년부터 북미와 인도 시장 집중을 강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그룹 차원에선 서 담당의 승계 문제와 선을 긋고 있다. 당장 서 회장이 1962년생으로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할 때이고, 후계 체제를 거론하기에는 최근 실적과 사업 환경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및 팀장급 인사는 기존과 큰 차이가 없는 정기 조직개편으로 리더로서의 역량과 자질에 따라 진행됐다"며 "경영 주기를 바꿔 타기업에 비해 부각이 되는 것일 뿐 경영 승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