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명품'을 꿈꾸다 장기 부진의 늪에 빠졌던 MCM이 콘셉트 변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초고가 명품과 저가 상품으로 양극화한 시장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 다가가기 위해 새롭게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가 성공할 지 관심이 쏠린다.

가로수길 소재 '메타지 가로수' 전경. /MCM 제공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MCM은 최근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MCM HAUS) 리뉴얼 공사에 돌입했다. 건물 입구 쪽 외벽에 LED스크린을 설치해 미디어아트를 대대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내달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 및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패션과 예술의 접점을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해 명품과 예술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MZ 연령층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해당 점포에선 지난 23일 힙합 듀오 '지누션'의 션이 만든 힙합 패션 브랜드 MF!와 협업해 'MCM X MF! 리미티드 에디션'을 단독 출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같은날 가로수길에 컬렉터블(Collectible) 대체 불가능 토큰(NFT) 플랫폼 meta[Z](메타지)와 협업한 M2O체험형 콘셉트 매장 '메타지 가로수'를 열었다. Z세대의 브랜드 경험 및 이들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춰 패션과 디지털 미디어아트, 식음료 매장을 결합한 복합 문화 플랫폼이다.

그래픽=이은현

MCM이 브랜드 변화에 본격 나선 건 창립 45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말부터다. 당시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를 통해 3D 'MCM 큐빅맵'을 출시하고, 가상 패션 아이템 15종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캐주얼 신발 브랜드 크록스와 한정판 에디션도 선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이른바 매스티지(mass 대중·prestige 명품)의 추락과 맞닿아 있다. 매스티지는 초고가 상품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명품에 준하는 품질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소비 양극화로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MCM은 1976년 독일 뮌헨에서 만들어진 패션잡화 브랜드다. 성주그룹의 설립자 김성주 회장이 2005년 인수한 뒤, 특유의 모노그램 디자인으로 명품 시장에서 입지를 키웠다. 특히 2010년 중반 유명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중국 수요도 급증해 2014년에는 매출이 583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와 한한령 여파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매출은 3000억원대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코로나 기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K-명품'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던 MCM이 사회·문화적 벽에 부딪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 기업과 최고급 럭셔리 시장에서 맞붙기에는 오랜 기간 축적된 장인 문화와 경쟁력을 뛰어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MCM ZOO 컬렉션 동물 캐릭터. /MCM 제공

MCM이 최근 MZ세대를 타깃으로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른바 '희소성'과 '차별화'를 내세운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과 달리, 젊은 층 유입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하며 구매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대신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는 확대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판매로 이어졌다. 실제 성주디앤디의 2021년 매출액은 3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배 넘게 늘었고,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현지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성주디앤디가 공급하기 때문에, 특수관계자인 해외 법인의 매출 증가분이 성주디앤디 수익에 반영되는 구조다.

지난해 해외 법인에 대한 성주디앤디의 매출액은 ▲미국 법인(MCM Products USA Inc.) 836억원→1127억원 ▲중국 법인( MCM China Inc.) 127억원→467억원 ▲홍콩 법인(MCM FASHION GROUP LIMITED) 170억원→358억원으로 늘었다.

MCM 관계자는 "MZ세대와 접점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하는 등 마케팅 및 리테일, 온라인,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팝업스토어(임시매장) 및 전략적 매장 개점을 통해 구매 접근성을 강화하는 전략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