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마트, 타겟 등에 의류를 OEM·ODM(주문 받은 제품을 제작만 하거나, 직접 개발해 납품하는 것) 방식으로 수출하는 신원(009270)이 올해 적자 사업부였던 국내 패션 부문의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SIEG), 파렌하이트(FAHRENHEIT),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BESTI BELLI), 씨(SI), 비키(VIKI) 등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신원은 창업주 박성철 회장의 아들인 박정빈 부회장과 박정주 대표를 주축으로 그동안 오너 리스크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휘청였던 회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작업에 한창이다.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유한 전환사채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등 지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고전하던 '내수 패션' 1분기 적자 절반으로 "올해 흑자 전환 기대"

12일 신원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4.2% 증가한 2707억원, 영업이익은 42억원에서 117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회사 매출 80%를 책임지는 수출 사업부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다. 수출 부문의 1분기 매출은 51.4% 증가한 2297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에서 138억원으로 증가했다.

회사에서는 국내 패션 브랜드 사업 부문의 조용한 약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국내 사업 부문 1분기 매출은 14% 증가한 410억원, 영업적자는 44억원에서 20억원으로 줄었다.

회사 측 관계자는 "매출,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한 것은 수출 부문이지만 그동안 국내 브랜드 간 경쟁 심화로 적자였던 내수 사업 부문이 하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이크, 베스띠벨리 등을 운영하는 국내 패션 부문은 2018년 영업이익 10억원을 달성한 뒤로는 2019년 57억원, 2020년 153억원, 작년 110억원 등 적자가 계속 됐다.

매출 기여도가 가장 높은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가 20~30대를 위한 정장으로 유명한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정장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소비가 양극화 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입을 자리가 별로 없는 정장은 아예 고가 브랜드에서 구입하는 젊은 세대가 늘었다.

신원은 해외 고급 원단을 사용해 정장을 고급화 하는 동시에 캐주얼 제품을 확대해 원마일웨어(집 반경 1마일, 약 1.6km 거리를 외출할 때 입는 간편한 의류) 수요 증가에 대응했다.

20~30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브랜드 베스띠벨리도 올해 1~5월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는 등 선방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 상품을 늘리고 외부 온라인 플랫폼으로 채널을 확장하면서 매출이 잘 나오는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 투자한 전략이 주효했다.

◇ 내년 창립 50주년...전환사채 콜옵션 행사해 지배력 강화 나서

신원은 창업주 박성철 회장의 차남 박정빈 부회장이 내수 부문을, 삼남 박정주 대표가 수출 부문을 이끌고 있다. 외부 활동이 거의 없는 박정주 대표와 달리 박정빈 부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자신의 경영 활동을 알리고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채널로 적극 활용한다.

박정빈 회장은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4월 정 부회장은 박 회장과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과 신원의 의류 브랜드 마크엠 후드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마크엠 삼형제'라고 썼다. 박 회장(1973년생)과 정 부회장(1968년생)은 경기초등학교 5년 선후배 사이다.

작년 4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왼쪽부터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박정빈 신원 부회장, 정 부회장이 마크엠 후드 티셔츠를 입고 있다. /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신원은 지배력 강화 작업에도 한창이다.

이 회사는 박성철 회장이 사기파산 혐의로, 박정빈 부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로 실형을 살다 2018년 가석방 되는 등 오너 리스크에 휩싸였다. 박 부회장은 가석방 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2년 만에 코로나 라는 돌발 악재를 맞았다.

신원은 2020년부터 2년여에 걸쳐 자사주 약 820만주를 113억원에 매입했다. 올해 9월까지 150만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자사 주식 가격 안정 및 주주 가치 제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철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광고대행사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티앤엠)를 통한 지분율 확대도 추진중이다. 티앤엠은 3월 말 기준 신원 지분 18.80%를 가진 최대주주다. 박 회장의 세 아들 박정환씨와 박 부회장, 박 대표는 각각 52만주(0.54%)를 보유하고 있다.

티앤엠은 지난 1월에 이어 지난달 신원이 2020년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CB) 총 100억원 어치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콜옵션 행사에 따라 티앤엠이 갖게 된 채권은 내년 9월까지 언제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다.

보유한 채권을 전부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티앤엠의 신원 지분율은 18.80%에서 24.38%로 올라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