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구동 화면. / 각 앱 캡처

지그재그·브랜디·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이 인공지능(AI)으로 일대일 개인 맞춤 추천을 강화하고 있다. 동대문 패션으로 대표되는 저렴한 값과 빠른 배송을 넘어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10~30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고객 입장에선 매장에서 직접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사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패션 시장 규모는 49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코로나로 온라인 구매 경험이 늘어날수록 고객은 초(超)개인화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게 패션 업계 설명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다른 제품과 달리 사이즈, 색상, 재질 등 비교할 요소가 많다”며 “인공지능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편리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며 반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 매장 거울 앞에서 입어보는 것처럼…소재·색상·패턴까지 꼼꼼하게

지그재그는 최근 키가 비슷한 모델이 입은 제품 사진만 골라보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키 146㎝부터 186㎝까지 범위를 선택할 수 있다. 키 169㎝ 고객이 바지를 구매하는 경우 169㎝ 필터를 설정한 뒤 핏(하이·미들·로우웨스트), 소재(데님·면·린넨·가죽), 패턴(무지·그래픽·체크), 연령대(10~30대), 색상, 가격 등을 선택해 원하는 제품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다. 구매 후기도 키와 몸무게가 비슷한 사람들이 올린 것을 골라 볼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실제 매장 거울 앞에서 옷을 입어보는 것처럼 바지를 입었을 때 길이가 어느 정도까지 오고 어떤 핏이 나오는지 최대한 비슷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 맞춤 추천에 대한 고객 요청이 많아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그재그에는 하루 평균 3만~4만건의 구매 후기가 올라온다. 의류는 후기가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 제품 판매 사진을 넘어 후기까지 개인 맞춤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향후 피부톤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하는 등 뷰티 분야에서도 개인 맞춤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브랜디도 매일 거래되는 수십만개의 제품 데이터를 머신러닝(기계 학습)으로 알고리즘을 도출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춰 추천하고 있다. 반팔 티셔츠를 구매할 경우 색상, 스타일(심플·캐주얼·스포츠), 연령(10~30대), 가격, 할인 비율 등을 설정해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브랜디 관계자는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과 비슷한 연령대가 좋아하는 제품을 추천하거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일대일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했다.

에이블리도 인공지능으로 구매 이력, 상품 찜(장바구니)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뒤 제품을 추천한다. 에이블리 측은 “초개인화 추천으로 다양한 제품과 이용자를 연결하고 있다”며 “패션을 넘어 화장품, 인테리어, 액세서리까지 보다 다양하게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스타일 커머스(상거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 “편하게 고르고 빠르게 배송”…물류 투자 강화하는 패션 플랫폼

패션 플랫폼은 코로나19로 시작한 온라인 거래 증가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빠른 시간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추천하고 배송하기 위해 물류, 정보기술(IT)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과 협업해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직진 배송을 하고 있다. 고객에게 편리한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판매자의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브랜디는 동대문에 1만3223㎡(약 4000평) 규모의 풀필먼트(통합 물류) 센터에서 하루 배송을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주문후 당일 저녁 배송받거나 밤에 주문하고 새벽에 배송받을 수 있으며 배송과 반품이 무료다. 고객이 주문하면 브랜디가 동대문 도매상에게 옷을 사입(仕入)하고 포장·배송·교환·환불까지 대행한다. 에이블리도 서울 성수동 1000평(3300㎡) 규모의 물류센터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그재그의 작년 매출과 652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늘었다. 작년 영업 손실은 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129억원 늘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거래액 1조원을 넘기면서 직진 배송, 물류 등에 투자를 했다”며 “매출 대비 영업 적자 비율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브랜디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었으나 595억원의 적자를 냈다. 적자 폭이 3배 커졌다. 에이블리도 작년 매출 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으나 영업 손실은 695억원으로 적자 폭이 2배 증가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지만 당분간 젊은 세대를 겨냥해 시장 먼저 선점하고 이익은 나중에 내는 출혈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