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전문 리셀(한정판 제품 재판매) 시장의 '공짜 거래'가 사라질 조짐이다. 업계 1위 크림이 수수료와 배송비를 부과한 데 이어 2위 솔드아웃이 배송비 부과에 나서면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은 내달 1일부터 구매자들에게 배송비 2000원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거래 관련 정책을 전날 발표했다.
판매자에게는 10만원 이상 판매 시 배송비 지원 차원에서 적립해 줬던 3000포인트를 2000포인트로 낮췄다. 검수 탈락 제품 반송 시엔 배송비를 착불로 부과한다.
단, 판매 및 구매 시 수수료 무료 정책은 유지한다. 거래가 지연될 시 2000포인트를 보상해 주는 내용도 신설했다.
무신사가 2020년 7월 출범한 솔드아웃은 현재까지 수수료 배송 반품 무료 정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적자 탈피를 위해 수익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네이버가 2020년 3월 출범한 리셀 플랫폼 크림도 수수료 배송비 무료 정책을 고수하다 업계 1위로 시장 주도권을 잡은 지난 4월 구매 수수료를 1%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2%로 인상했다. 작년 12월 1000원으로 시작한 배송비도 현재 3000원으로 올렸다.
이와 관련 크림은 "시장 개척을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해왔지만, 검수센터와 검수 인력 등을 강화하며 수수료를 소폭 올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솔드아웃도 비슷한 이유로 배송비 부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운영 인프라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라며 "이번 거래 정책 변경은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수료 인상 계획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솔드아웃의 모회사인 무신사는 지난 4월 명품 플랫폼 무신사 부티크에서 판매한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으로 판정된 후 검수 시스템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소비자는 "솔드아웃의 장점이 무료 배송비였는데, 배송비를 받기 시작하면 크림으로 다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배송비를 부과하는 대신 거래 지연 시 포인트를 주는 등 사용자에게 용이한 정책으로 개선한 거 같아 만족한다"라며 "검수 지연에 대한 보상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리셀 업계에선 솔드아웃도 곧 크림처럼 수수료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외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리셀 플랫폼으로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둔 '스탁엑스(Stock-x)는 판매자에게 8~10%, 구매자에게 3~5%가량 수수료를 부과한다. 배송비도 따로 받는다. 중국 리셀 플랫폼 포이즌(Poizon)도 판매자에게 6%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검수 수수료로 33~40위안(약 6400~7700원) 정도를 받는다.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크림의 점유율은 60~70%, 솔드아웃의 점유율은 10~20%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는 출범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초기 시장을 선점했다. 적자 경영도 이어져 지난해 크림 약 600억원, 솔드아웃은 약 160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각사들은 올해도 명품 커뮤니티를 인수하고 검수센터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계속된 투자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수료와 배송비 부과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직 돈 버는 플랫폼은 없지만, 리셀 시장의 전망은 밝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2019년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7조200억원으로 전망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명품과 한정판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명품 시장과 함께 부속 시장인 리셀 시장도 성장할 수밖에 없다"라며 "트래픽을 먼저 만들고 수익을 추구하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석인 만큼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객에게 부담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