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은 독이 든 성배다."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을 운영하는 이우창 스마일벤처스 대표는 최근 명품 업계의 가품 논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명품 플랫폼이 병행수입과 구매대행 등을 기반으로 성장하다 보니 정가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명품 플랫폼은 가품 논란을 겪으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발란에서 지난달 판매한 나이키 신발 '에어조던1 x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 제품이 가품으로 판정됐고, 지난 4월 무신사에서 판매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 상품도 가품으로 판정됐다.
그는 "전체 명품 시장에서 병행수입 제품은 10%에 불과한데, 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현재 명품 플랫폼 시장에 가품이 상당수 섞여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가 2019년 출점한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은 2년 만에 누적 거래액 800억원을 돌파했다. 그는 미국 펜실베니아대를 졸업하고,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온라인 신사업 팀장을 역임하다 2017년 스마일벤처스를 창업해 명품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화갤러리아와 티몬을 비롯해 영국 명품회사 멀버리와 이탈리아 명품회사 아 테스토니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21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 투자금 총 380억원을 확보했다.
국내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캐치패션의 점유율은 4위 수준이다. 상위 3사(머스트잇·트렌비·발란)가 지난해에만 3000억원이 넘는 거래액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캐치패션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경쟁사인 명품 플랫폼 3사를 이미지 무단 도용 및 허위 과대광고 등을 이유로 고발하는 등 시장에 끊임없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달 명품 플랫폼 3사의 본사를 현장 조사했다.
이에 일각에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이다' '명품 플랫폼 시장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비즈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마일벤처스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 최근 논란이 불거진 명품 플랫폼의 가품 논쟁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가품 논쟁이 심화하면서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명품 유통 구조상 지금처럼 병행수입 기반 명품 플랫폼이 급성장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통상 명품업체들은 3분의 2가량의 물량을 직접 팔고, 나머지(약 33%)는 홀세일러(도매업자)나 부티크 등 외부 업체에 판다. (에르메스나 샤넬은 100% 직접 판매한다.) 이 중 3분의 1이 병행수입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팔린다.
즉 전체 명품 시장에서 병행수입 제품은 10%에 불과한데, 이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명품 플랫폼 시장에 가품이 상당수 섞여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병행수입은 믿을 수 없나.
"병행수입이 좋다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국내에서 병행수입은 합법이다. 하지만 본사와 정식 계약을 맺지 않고, 해외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구조로는 가품 논란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캐치패션은 '100% 정품'을 내세운다. 정품을 자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다른 명품 플랫폼이 자사 오픈마켓에 병행수입·구매대행 업체들을 입점시켜 명품을 파는 데 반해 캐치패션은 파페치, 마이테레사, 매치스패션, 네타포르테 등 명품 업체의 공식 유통사 40곳과 제휴를 맺고 그들의 판매 채널을 연동해 상품 가격을 비교하고 직접 구매(직구)하도록 한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프리미엄 럭셔리 패션계의 호텔스닷컴'으로 보면 된다. 명품 브랜드사가 유통권 및 판권을 인정한 공식 파트너사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다 보니 가품이 유통될 수 없다."
급성장하던 명품 플랫폼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이유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오픈마켓 방식으로 운영되는 명품 플랫폼사들은 입점해 있는 셀러들이 비슷하다. 판매하는 상품이 동일하다 보니 플랫폼 입장에선 쿠폰을 붙여 가격 경쟁하고, 마케팅 비용을 들여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을 써야 한다.
여기에 재고 및 물류 관리, 정품 검수를 위한 인건비, 가품 보상제 등 리스크 관리 비용까지 부담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캐치패션이 협력하는 유통사들은 가품에 노출될 위험이 없나.
"40여 개 유통사 모두 명품 브랜드에서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직접 판매하는 곳이다. 그들을 신뢰하지 못 하면 어쩌나. 캐치패션은 국내에서 브랜드 및 공식 판매처와만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유일한 명품 플랫폼사다. 창업 초기 명품업체인 멀버리와 아 테스토니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갤러리아에서 일할 때부터 명품 업체들과 꾸준히 교류해 왔다. 그들이 만날 때마다 내게 묻는 질문은 동일했다. '인터넷 강국에, 명품 소비 수준이 높은 한국에 왜 변변한 명품 온라인 쇼핑몰이 없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창업까지 하게 됐다.
신생 업체였지만, 백화점 출신에 함께 온라인 사업을 준비한 인연으로 컨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10곳을 찾아가 2곳과 거래를 텄고, 1년 반 만에 40곳으로 파트너사를 늘렸다. 지금도 제휴를 기다리는 곳이 있는데, 기술·개발 면에 한계가 있어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품 판매 외에 캐치패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병행수입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 팔릴 만한 물건만 파는 경향이 있다. 신상품이나 신생 명품 브랜드,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40여 개 파트너사가 판매하는 1만5000여개 브랜드, 400만 종의 상품을 취급한다.
이런 장점을 살려 가격 경쟁보다는 다양한 고객 니즈를 해결하고 편리하게 희소성 있는 브랜드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명품에 밝은 직구족, 패션 트렌드를 리드하는 트렌드세터들이 주 고객이다. 100% 정품 판매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올 들어 회원 가입자 수가 40% 증가했다."
향후 목표는.
"명품 플랫폼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플랫폼은 국내에 없다. 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를 지키는 명품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재무제표를 밝힐 순 없지만, 타 명품 플랫폼 사와 달리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투자 유치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정직하게 명품을 파는 플랫폼으로서, 천천히 가더라도 더 멀리 가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시장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파트너사들의 상품을 모아 가격 비교를 해주고 직구를 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인 만큼 카테고리나 국가의 확장성이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최종적으로 '아시아 최고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애그리게이터 (Aggregator·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