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비건 세상 만들기–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를 쓴 벨기에 비건 운동가 토바이어스 리나르트는 “고통받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비건 운동의 목적”이라고 정의했다. ‘비건’은 육류나 계란, 우유 등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최근에는 식습관을 넘어 패션, 뷰티, 여행 등 삶의 전반에서 ‘동물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로 발전했다. 이를 반영한 철학이자 신념인 ‘비거니즘(veganism)’확산과 함께 수요와 소비가 증가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이를 주목하면서 비건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다. 비건 라이프스타일은 시대정신이 되는 ‘공존’의 가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비건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양상과 이유, 미래 전망과 기업이 나아갈 길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아드리안 로페즈 벨라르데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공동 창업자 대만 단장대 난양캠퍼스 글로벌 정치·경제학./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1월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의 내부 좌석(시트)은 선인장으로 만든 비건 가죽으로 덮어씌워졌다. 아디다스가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복싱용 글러브 역시 선인장 가죽을 사용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비거니즘(veganism·채식주의를 넘어 삶의 전반에서 동물에 대한 착취를 거부하는 철학이자 삶의 방식)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가죽 제공 업체로 조명받는 이 회사는 멕시코에서 탄생한 비건 가죽 회사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Adriano Di Marti)다.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는 자동차·가구 업계 출신인 아드리안 로페즈 벨라르데(Adrián López Velarde)와 패션 업계에서 일한 마르테 카자레즈(Marte Cázarez)가 2019년 공동 설립했다. 둘은 대만 유학 시절 만난 사이다. 벨라르데와 카자레즈는 각자의 업계에서 일하며, 동물 가죽이 환경과 동물 복지에 해롭다는 것을 체감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멕시코에서 가장 흔한 식물인 선인장을 약 2년간 연구했다. 그 결과, 선인장을 세척해 가루로 만든 후 섬유화·압축 과정을 거쳐 선인장 가죽을 개발했다. ‘이코노미조선’은 2월 17일 벨라르데 공동 창업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인장 가죽으로 만든 복싱용 글러브(왼쪽)와 가방./ 아드리아노 디 마르티

비거니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소비재 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환경과 공존하고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다는 점이다. (자연과 동물을) ‘연민 어린(compassionate)’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기업에 대한 수요가 많고,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일상적인 소비 선택에서 (사회에 대한) ‘높은 의식 수준(consciousness)’을 갖고 행동한다.”

왜 선인장인가.

“멕시코 전역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식물이므로 쉽게 구할 수 있고, 불필요하게 많은 선인장을 재배할 필요도 없다. 또 선인장은 자라는 데 물이 필요 없기 때문에 관개시설을 이용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다. 선인장은 섬유질이 풍부하면서도 분자결합력이 강해 질기다. 이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 마찰에도 강하고, 탄력성과 통기성이 좋아 가방 등 다양한 소비재 제품에 활용하기 좋다. 선인장을 가공 가능한 바이오 유기화합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산물은 재활용할 수 있고, 일부는 자체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로 다시 활용한다.”

선인장 가죽은 주로 어디에 쓰이나.

“핸드백, 신발, 복싱 글러브 등 생활용품용 선인장 가죽 브랜드 ‘데세르토(Desserto)’와 시트 등 차량용 가죽에 쓰이는 선인장 가죽 브랜드인 ‘데저트텍스(Deserttex)’가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는 사업을 유럽까지 확장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에 아시아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최종 목표는 패션·자동차 내장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가치사슬 내에 책임감 있는 기술 혁신과 환경 보호, 윤리적인 제품 생산을 확산하는 것이다. 기성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 가능한 바이오 소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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