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새로운 복고) 바람을 타고 국민 브랜드로 부활한 휠라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한때 10대 청소년들이 교복처럼 신는 운동화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인기가 시들해졌다. 10~20대에게 인기가 높은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 순위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휠라 운영사인 휠라홀딩스의 주가는 26일 3만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작년 6월 29일만 해도 5만9300원이었지만, 7개월 새 49%가 떨어졌다. 주가가 폭락한 이유는 휠라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브랜드력이 약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둔화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래픽=손민균

◇골프 사업은 좋지만, 본업 휠라는 휘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 운영사인 #휠라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93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77억원으로 71% 증가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 28%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글로벌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자회사 아쿠쉬네트가 골프 산업 호황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아쿠쉬네트 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37%, 137% 증가한 1조9533억원, 313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손민균

반면 본업인 휠라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휠라 부문의 2020년 매출은 1조2263억원, 영업이익은 167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 34% 줄었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98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가량 증가했지만, 완전 회복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휠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전년(39%)과 비교해 낮아졌다.

◇1000만족 판 어글리 슈즈... 후속 모델 부재

1911년 이탈리아에서 출범한 휠라는 2007년 휠라코리아가 인수한 후 한국 기업이 됐다. 하지만 브랜드 노후화로 ‘아재들의 운동복’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2016년 310억원(국내 사업 기준)의 영업 손실을 냈다.

그러나 그해 9월 출시한 운동화 ‘코트디럭스’와 이듬해 출시한 ‘디스럽터2′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1997년 선보였던 운동화를 복각(復刻)해 재출시한 ‘디스럽터2′는 복고 패션과 어글리 슈즈(못생긴 운동화) 열풍을 타고 출시 1년 반 만에 국내외에서 1000만족을 팔았다. 아디다스의 히트 상품이던 ‘스탠스미스’의 연간 판매량이 800만족이었음을 고려하면 ‘초대박’이었다.

휠라가 2017년 출시한 '디스럽터2', 뉴트로 트렌드와 어글리 슈즈 열풍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다. /휠라코리아

휠라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와 운동화가 팝 가수 비욘세, 리한나에게 입혀지면서 휠라의 외형은 무섭게 커졌다. 2016년 9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17년 2조5000억원대로 껑충 뛰었고, 2019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3조450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휠라홀딩스는 2020년 매출 4조원을 목표로 세계적인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글로벌 모델로 선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했으나, 코로나로 야외 활동이 줄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플렉스·리셀 열풍에 밀려난 휠라... “또 한번 리브랜딩”

유행이 변화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플렉스(Flex)로 대표되는 과시 소비와 한정판 운동화를 수집하고 되파는 리셀(Resell) 문화가 성행하면서 ‘가성비 운동화’의 대명사였던 6만원대 ‘디스럽터2′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서 휠라의 브랜드 순위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미국 최대 신발 편집숍 풋라커에서는 300위권에 머물고 있다. 앞서 휠라는 이들 채널에서 10위권을 기록한 바 있다.

2020년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휠라 광고. /휠라코리아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운동화는 유행을 많이 타는 품목이다. ‘스티브 잡스 운동화’로 인기를 끌다 시들해졌던 뉴발란스가 한정판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매출이 20%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며 “휠라는 10대를 겨냥한 중저가 운동화로 급성장했지만, 유행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진했다”라고 지적했다.

휠라는 퍼포먼스(기능성 의류) 상품군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스니커즈 브랜드 케즈를 출시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 휠라 지사와 함께 리브랜딩 전략을 설계 중”이라며 “조만간 그 결과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휠라 본업의 매출과 이익이 동반 성장해야만 신성장동력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며 “디자인 차별화와 협업, 제품력 강화를 통해 주력 소비층인 10대 인지도를 제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