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이 홍콩 법인을 청산하고 일본 사업을 강화한다. 정운호 대표 복귀 이후에도 적자가 계속되면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은 홍콩 법인의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정 대표가 영업손실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빼든 칼은 해외법인 정리다. 미국, 중국, 홍콩 중 가장 타격이 크고 수익성이 낮은 홍콩 법인을 정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이 줄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감소하고,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인한 운영 부담감 등이 홍콩 법인 철수 배경으로 작용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정치·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홍콩 법인을 철수한 것으로 안다"며 "홍콩 법인을 철수하고 시장을 다각화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홍콩 대신 일본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4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3분기에 2억5000만원 가량을 추가 출자했다. 일본 법인은 미국, 상하이, 베이징, 홍콩 등을 포함해 네이처리퍼블릭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네이처리퍼블릭 재팬의 올해(1~9월) 영업이익은 약 5억7000만원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일본 3대 버라이어티숍(로프트·프라자·도큐핸즈) 및 웰시아, 츠루하 같은 드럭스토어 등 전국 6000개 이상 소매점에 주력 제품인 '그린더마 마일드 시카' 라인을 입점시켰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전년 대비 올해 매출이 40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큐텐(Qoo10)에 공식 쇼핑몰을 연 것을 시작으로 일본 온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같은 해 5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쿠텐까지 확대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지난 11월 진행된 큐텐 메가 세일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행사 대비 매출이 500% 늘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주문량이 크게 늘어 행사 물량의 원활한 배송을 위해 전세기를 띄웠다"고 전했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일본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정 대표는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로드샵 선두 브랜드로 만들며 화장품 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인물이다.
2005년 사모투자펀드(PEF) 어피니티에퀴티 파트너스(AEF)에 더페이스샵 지분 70%를 매각하고, 이후 어피니티와 함께 2010년 잔여지분 30%, 경영권 지분 70%를 LG생활건강(051900)에 매각했다.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을 인수하며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꿈꿨다.
그러나 정 대표가 해외 원정 도박 사건과 법조계 로비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네이처리퍼블릭은 위기를 맞았다. 약 4년간의 복역 후 출소한 정 대표가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재취임했지만 이후에도 회사의 적자는 계속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이처럼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국내 영업환경이 좋지 못한 이유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올해(1~9월) 매출은 약 934억원으로 2019년(1440억원)보다 35%가량 감소했다. 같은기간 영업적자는 약 34억원으로 2019년(91억원)보다 줄었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국내 가맹점 수도 매년 감소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네이처리퍼블릭의 국내 매장 수(가맹+직영점)는 2018년 629개, 2019년 521개, 2020년 435개로 감소했다. 매년 60곳의 가맹점이 폐점하고 있다. 반면 신규 개점 수는 2018년 19곳에서 지난해 6곳으로 줄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국내·외 오프라인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자 노력했다"며 "일본 이커머스 시장 진출 뿐만 아니라 올해 1월에는 말레이시아, 대만에 진출하며 동남아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