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가 13년만에 광주 신세계백화점에서 철수한다. 이번 철수로 호남권에는 매장이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롤렉스는 코로나발(發) 보복 소비 심리로 품귀 현상이 짙어진 브랜드다. 중고 거래에서 1000만원 안팎의 웃돈이 붙어 '롤테크'(롤렉스+재테크)라는 말이 나왔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옐로우골드. /롤렉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롤렉스는 오는 31일까지 광주 신세계백화점에서 영업하고 문을 닫는다. 롤렉스는 "공식 판매점 계약이 종료됐다"며 "애프터서비스(AS)는 협력점인 대전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이나 다른 공식 판매점을 이용해달라"는 안내 문자를 전날 VIP(최우수고객)들에게 보냈다. 롤렉스 관계자는 "폐점으로 현재 (광주 신세계점) 매장에 시계가 하나도 안 남아있다"고 했다.

지난 2008년 광주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롤렉스는 국내 총 11곳의 공식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 철수로 10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호남권에서 롤렉스 매장은 하나도 없다. 연 매출 1조원을 넘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롤렉스 입점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광주 신세계백화점은 6000억원대, 판교 현대백화점은 1조원대의 매출(거래액)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27일 발표한 '2020년 지역 소득 통계'를 보면 경기도 개인 소득 규모는 283조원, 광주 32조원, 전북 36조원, 전남 35조원이다. 명품 업계에선 "롤렉스가 정보기술(IT) 기업 고소득자가 몰려 있어 신흥 부자가 많은 판교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롤렉스

1908년 스위스에서 출시된 롤렉스는 '오직 기술로 승부한다'는 일념으로 세계 최초 방수·자동 태엽 기술 등을 선보였다. 장인이 모든 시계를 수작업으로 만들며 공급을 제한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시계'로 알려졌다. 대표 모델인 '서브마리너' 옐로우 골드 가격은 4500만원이다.

롤렉스는 코로나로 보복 소비 욕구가 분출하자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롤렉스 리셀(되팔기)에는 1000만원 안팎의 웃돈이 붙는다. 평일 새벽부터 백화점 롤렉스 매장 앞에는 오픈런(매장 문 열기 전부터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사람들이 의자를 갖다 놓고 기다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 조각 투자 플랫폼은 지난 4월 '롤렉스 집합 1호'라는 투자 상품을 출시했다. 조각 투자는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뒤 차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롤렉스 집합 1호는 총 1억1800만원을 모집했으며 6개월 뒤 평균 수익률 32%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롤렉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28억원, 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49% 줄었다. 본사에서 품질과 수량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실적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