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미용 관련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백화점 화장품 사업을 강화한다. 포스트 코로나로 되살아날 미용 시장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004170)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8월 화장품 도소매 업체 퍼셀을 세우고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24억원을 출자해 36.92%의 지분을 보유했다. 대표이사는 서민성 백화점 코스메틱팀장(상무보)이 맡았다.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생산방식) 회사 코스맥스(192820)도 9억원을 투자해 지분 13.85%를 획득했다.
퍼셀은 법인 등기에 ▲화장품 및 화장용품 제조 및 도소매업 ▲화장품 및 헤어 관련 판매 및 수출입업 ▲건강기능식품 판매 및 수출입업 ▲면세 판매업 ▲전자상거래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등록했다. 신세계가 화장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이커머스 등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을 통해 수입 화장품과 자체 화장품을 판매해 왔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패션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한 후 딥디크,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해외 화장품 브랜드를 늘려 2017년 627억원이던 화장품 매출을 2019년 368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2015년에는 뷰티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업체 인터코스와 공동 출자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화장품 제조사업에 진출했으나, 5년 만인 지난해 손을 뗐다. 화장품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이런 신세계가 신규 화장품 법인을 설립하자, 업계에선 백화점 전용 및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7월 연 매출 2조원 규모의 강남점을 리뉴얼하면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을 럭셔리 화장품 체험관으로 개편했다. 장보기부터 명품까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는 MZ세대(1981~2010년생)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퍼셀이 지속해서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코스맥스와 손을 잡았다는 점도 자체 화장품 브랜드 확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코스맥스는 로레알, 존슨앤드존슨 등을 파트너사로 둔 화장품 ODM 업체로, 신세계백화점의 자체 브랜드 오노마와 편집숍 시코르의 메이크업 컬렉션을 제조했다. 2018년 로레알에 6000억원에 매각된 스타일난다의 화장품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 제품도 이곳에서 만들었다.
일각에선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편집숍 시코르의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퍼셀이 백화점의 온·오프라인 화장품 사업을 담당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2016년 출범한 시코르는 바비브라운, 맥, 나스, 랑콤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구성해 기존의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차별화했다. 현재 29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나, 내년부터는 온라인몰 시코르닷컴을 강화해 2030세대를 위한 미래형 뷰티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800억원인 시코르의 매출을 2024년 1500억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뷰티 법인을 설립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사업의 방향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코스맥스는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지분투자를 진행했을 뿐 세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마스크 착용과 중국 여행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지난해 화장품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0% 줄어든 3293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9%, 25.2% 줄어들었다. 수입 화장품 매출이 36% 성장했지만, 자체 화장품 매출이 47%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