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중화 시대를 맞아 관련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골프복 전문 업체들은 역성장하고 있다.
2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슈페리어는 지난해 매출이 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2억원에서 80억원으로 커졌다. 슈페리어는 1979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토종 골프복 브랜드로 한때 매출이 3000억원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JDX를 운영하는 신한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921억원으로 12% 줄었고, 영업이익은 23% 감소했다. 루이까스텔을 갖고 있는 브이엘엔코도 매출(1274억원)이 5% 감소하고 영업손실 93억원을 냈다. 이들 역시 10년 이상 골프복을 판매해 온 전문 골프복 업체들이다.
패션그룹형지가 2015년 출범한 골프복 까스텔바작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14% 줄었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이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57% 떨어졌다. 올 들어 PXG, 제이린드버그, 지포어 등 고가 수입 브랜드들의 매출이 두 자릿수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 골프 인구 늘었지만, 잘 나가던 브랜드는 부진
잘 나가던 골프복 전문업체들이 부진한 이유는 새로운 골프복 소비자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한 말·1981~2010년생)의 호응을 얻지 못한 데다, 신규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골프복 브랜드는 150여 개로 추정되는데, 이중 3분의 1인 60여 개가 올해 출범했다. 내년에 출범을 앞둔 브랜드도 10여 개에 달한다.
한 골프복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일상복으로 골프복을 입는 중년 고객이 많아 가격이 합리적인 골프복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골프복 시장에 합류한 젊은 세대는 골프복을 '패션'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며 "골프복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고객들이 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패션계에선 골프복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라는 평이 나온다. 일각에선 2014년 7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2018년 2조원대까지 쪼그라든 아웃도어 의류 업계의 수순을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호황을 누리던 골프복 시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 경쟁 심화에도 세대교체 노리는 골프복 업체들
그럼에도 골프복은 패션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골프 인구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46만명 늘었다. 신규 골프 입문자 중 65%는 20~40대 젊은 층이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국내 골프복 시장규모가 2018년 4조2000억원에서 내년 6조335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골프복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브랜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이라며 "새로운 강자가 되기 위해 투자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운영하는 F&F(383220)는 최근 센트로이드PE가 주축이 된 테일러메이드 인수전에 4000억원을 들여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 49.5%를 확보했다. 케이투(K2) 그룹은 골프의류 사업을 전개하는 와이드앵글의 법인명을 에프씨지코리아로 바꾸고 세계 3대 명품 퍼터로 꼽히는 미국 피레티(Piretti) 사의 골프용품 및 골프복에 대한 국내 상표권을 인수했다.
한성에프아이를 통해 라이선스 브랜드로 운영되던 캘러웨이는 최근 본사가 직 진출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혼마, 미즈노 골프 등 골프용품 브랜드도 의류 상품군을 새롭게 출시했다.
실적이 부진한 업체들도 체질개선에 나섰다. 까스텔바작인 그룹 창업주인 최병오 회장 장남인 최준호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가상현실(VR) 앱스토어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반 고객 분석 시스템 등을 도입해 디지털 전환을 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