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051900)이 화장품 용기에 있는 성분 표시법을 따라했다며 토리모리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는 용기에 유효 성분 등을 '막대기 그래프'처럼 표시하는데 토니모리가 이를 따라했다는 것이다. 토니모리는 이전부터 보편적으로 쓰이는 표시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 /빌리프

24일 유통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3-3부(재판장 이진화)는 LG생활건강이 토니모리를 상대로 낸 부정 경쟁 행위 금지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원고 소가(訴價)는 1억5000만 원이다.

이 재판은 지난 12일 선고 기일이었으나 판결을 미루고 오는 31일 조정 기일을 새롭게 잡았다. 해당 재판은 LG생활건강이 지난 2019년 9월 법원에 청구한 민사소송에 따른 것이다. LG생활건강은 법무법인 광장을, 토니모리는 법무법인 화우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대응중이다.

조정은 원고와 피고가 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될 때 유도하는 절차로 일반 재판보다 당사자 간 심도 있는 협의를 할 수 있다. 양측이 조정안에 협의하면 재판은 끝난다. 어느 한 쪽이라도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법원 판결로 넘어간다.

쟁점은 화장품 용기의 성분 표시법이 비슷한 것이 부정 경쟁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0년 'believe'에서 이름을 따온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를 출시했다. 150년 된 영국 허브 브랜드 네이피어의 제조법을 기반으로 원료, 처방, 안전성 등에서 소비자에게 '믿음'을 준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천연 유효 성분의 첨가량 등을 용기 앞면에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측은 이후 토니모리가 빌리프처럼 용기에 유효 성분을 막대기 모양으로 표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막대기 모양은 이전부터 있던 표현 방법이기 때문에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고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정 경쟁 방지법(부정 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2조는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는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 용기·포장 등과 동일·유사한 상품을 판매해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 14조는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돼 있다.

법무법인 다래의 문린 변호사는 "개성과 참신성, 포장의 유사성이 흡사해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부정 경쟁 방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막대 그래프 성분 표시가 얼마나 독창적인지 인정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양측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화장품 매출은 2조274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6%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의 매출은 555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