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LF(093050) 회장은 지난 3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LF는 2006년 11월 LG상사의 패션사업부에서 독립해 설립된 범LG가(家)다. 구 회장은 회사 출범부터 대표이사에 오른 후 약 14년간 대표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임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이사회 의장만 맡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이사회와 경영진을 분리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재계에서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다.
◇ 성과보상위원회·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운영… “정도 경영 실천”
LF는 ESG 경영 가치관을 사업 전반에 적용했다. 지난 2015년 대표이사 성과보상위원회를 업계 최초로 설립했다. 대표이사 성과보상위원회는 과반수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며,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임원의 성과급 규모를 객관적으로 책정하고 차기년도 사업 목표의 적정성을 심의한다.
지난 3월부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사외이사 후보의 역량 및 회사에 대한 독립성 여부를 사전 검증함으로써 후보 추천의 공정성과 사외이사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3인 이상의 이사, 과반수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는 사외이사후보 추천권을 갖고 기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토론에 부칠 수도 있다.
아울러 LF는 최근 5년 새 여성임원 비율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등기 임원 기준으로 LF의 여성 임원은 2016년 5명에 그쳤으나 2020년에는 12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임원 중 비중도 19%에서 43%로 늘어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 임원 증가의 배경에는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성과와 능력 중심의 인사를 통해 근본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됐다”고 했다.
◇ 3D기술로 옷 만들고 친환경 포장 시스템 ‘카톤랩’ 도입
LF의 올해 화두는 친환경 패션이다. LF의 대표 패션 브랜드 ‘헤지스’는 올 상반기부터 3D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클로버추얼패션’과 협업해 3D 가상 디자인 기술을 도입, 의류 기획과 제작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디자인, 샘플링, 수정 작업을 비롯해 아바타 모델을 활용한 가상 품평회까지 사실상 의류 제작의 모든 과정을 3D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실물 의류 샘플을 제작할 필요가 없어 친환경 의류 제작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LF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3D 가상 품평회를 실시했으며, 5월에는 국내 최초 3D 가상 런웨이 ‘헤지스 버추얼 런웨이’를 진행했다.
LF는 3D 가상 디자인 기술을 차용한 의류 제작 방식이 기존 실물 샘플 제작 방식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 약 810㎏, 화석연료 사용량 약 528kWh, 물 이용량 약 15㎥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F는 오는 가을·겨울(F/W) 시즌에 출시할 모든 의류 제품에 이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LF는 이달부터 친환경 포장 시스템인 ‘카톤랩(CartonWrap)’을 도입했다. 카톤랩은 이탈리아 기업 ‘CMC SRL’에서 개발해 미국, 유럽 등 다수의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친환경 포장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제품 포장 과정 전반을 자동화하고 포장 폐기물 배출량을 줄여주는 게 특징이다. 의류 제품을 투입구에 넣으면 제품 크기에 따라 맞춤형 박스가 제작되며 포장, 운송장 부착까지의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규격화 된 기존 박스 대신 지갑, 가방, 코트 등 수 천여가지 종류의 제품들을 스캔 한 후 각각의 제품의 특성과 크기에 맞춤화 된 형태로 박스가 제작돼 포장되는 공정을 거쳐 박스와 박스를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OPP 테이프(비닐 재질의 박스 테이프)의 양을 줄일 수 있다.
LF는 카톤랩 도입으로 연간 약 25%(410톤)의 포장 박스와 약 90%(0.2톤)의 OPP 테이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연간 약 66톤 가량 사용하던 비닐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 유기견 단체 기부·비건 화장품 수익금으로 숲 조성 캠페인 진행
LF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헤지스는 2017년부터 여성복 ‘헤일리 라인’의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유기견 보호단체인 ‘천사들의 보금자리’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헤일리’는 이 제품군의 로고인 왕관을 쓴 강아지 캐릭터의 이름이다.
이 밖에 여성 화장품 브랜드 ‘아떼’는 수익금 일부를 사단법인 ‘생명의 숲 국민운동’과 함께 도시 숲 조성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아떼는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윤리적 소비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 LF가 선보인 비건(vegan·채식주의) 화장품 브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