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 업계가 2030세대를 위한 VIP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가격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매달 50%씩 늘어날 정도로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Z세대)의 명품 소비가 백화점 실적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국내 주요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0%씩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올 들어 보복 소비가 본격화되고 MZ세대의 ‘플렉스(과시 소비)’ 등이 맞물리면서 백화점 명품 매장을 찾는 고객층이 확대된 결과라고 풀이한다. 연초부터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티파니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오히려 구매 수요가 몰린 점도 영향을 줬다.
롯데백화점은 2분기 명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45.7%, 현대백화점은 55.2%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작년 동기보다 56% 증가했다. 4~6월 명품 브랜드의 월별 매출 증가율이 40~60%에 달한 결과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욕구가 있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백화점업계는 해외 패션 브랜드나 명품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우수고객(VIP)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점에는 별도로 회원제를 만드는 ‘핀셋'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VIP 제도를 개편했다. 연간 500만원 또는 분기별 300만원 이상 구매하면 제이드 등급을 부여하고,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하면 새로 추가된 ‘제이드+’ 등급을 준다. 대전 타임월드점과 수원 광교점의 경우에는 제이드+ 등급도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마련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제이드 등급과 제이드+ 등급 회원의 70%가 20∙30대일 정도로 MZ세대가 백화점의 새로운 고객층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연간 800만원 이상 구매시 VIP+, 연간 400만원 또는 분기별 150만원 이상 구매시 VIP 등급을 부여한다. VIP 등급이 부여된 지점의 주차권과 무료 커피, 롯데카드로 결제할 때 추가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지점별로 MZ세대 전용 회원제도 운영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와이(Y) 커뮤니티’는 86년 이후 출생자만 가입할 수 있는 유료 회원제다. 가입 축하 선물과 백화점 할인권, 회원 전용 행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로 운영되는 영등포점의 ‘와디피 클럽(YDP Club)’에 가입하면 매달 커피 이용권과 주차권 등을 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1~5월 VIP+ 등급과 VIP 등급으로 선정된 소비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며 “현재 2기를 운영 중인 잠실점 와이 커뮤니티는 가입자 수가 1기보다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신규 고객 유치와 백화점 매출에 연계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카드로 연간 3000만원 이상 구입한 20~39세 소비자를 별도 VIP 프로그램으로 우대한다. ‘클럽 와이피(Club YP)’ 회원으로 선정되면 명품 브랜드를 구매할 때 H포인트를 2배로 적립해주고, 기념일 선물과 무료 주차권, 정상상품 상시 5%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올 하반기 중으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전용 라운지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