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함에 따라 콧대 높았던 도심 특급호텔들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객실 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 프라이빗 키즈 플레이룸. /호텔신라 제공

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은 오는 8월까지 월요일부터 목요일 중 예약 가능한 숏캉스 상품 '데이타임 키즈 플레이룸' 패키지를 운영한다. 오전 8시에 체크인해 당일 오후 8시에 체크아웃하는 상품으로, 키즈 플레이룸을 제공하며 야외 수영장 사용이 가능하다. 패키지 가격은 야외수영장 어반 아일랜드를 종일 이용할 수 있는 기존 상품에 비해 약 35% 저렴하다. 호텔 관계자는 "하루 1~2팀만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지라 수익성이 큰 상품은 아니지만, 고객 반응이 좋아 계속 판매 중"이라고 했다.

이 패키지는 서울신라호텔의 첫 '데이유즈(Dayuse)' 상품이다. 데이유즈는 숙박 없이 시간을 제한해 사용하는 형태로, 해외에서는 보편화됐지만, 유독 국내에서는 도입을 꺼려왔다. 모텔 '대실'의 느낌을 줘 특급호텔의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타격이 커지자 데이유즈 상품을 내놓는 호텔들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개인 업무나 미팅 공간이 필요한 직장인이나 기업 고객의 데이유즈 상품 수요가 늘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지난 6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데이유즈 상품 '레이디스 데이 아웃' 패키지를 선보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스위트 룸 객실에서 브런치를 먹고 호텔 부대시설 이용도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은 데이유즈용 객실을 새롭게 선보였다. 야외 수영장과 테라스로 연결되는 '알티튜드 풀 룸'으로, 낮 12시부터 밤 7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식음 바우처, 미니 바 이용권 등이 포함됐다.

스위트룸 등 고가 객실의 문턱을 낮추는 곳도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플라자호텔은 스위트룸 객실을 반값에 판매한다. 오는 8일 오후 8~9시 네이버 쇼핑라이브 채널을 통해 클럽 프리미어 스위트룸 1박에 클럽 라운지 이용 혜택을 더한 상품을 선보인다. 가격은 평일 기준 19만9000원부터로, 기존 스위트룸 가격대와 비교하면 최대 51% 저렴하다고 호텔은 설명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펜트하우스 웨딩 쇼케이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호텔 개관 이후 40여년 간 일반 고객에 공개하지 않았던 펜트하우스를 프라이빗 콘셉트의 예식장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펜트하우스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호텔 개관 이래 사용해온 공간이다. 전용 통로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고 옥상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연결된다. 예식장은 한번에 100명 안팎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최근 늘고 있는 스몰 럭셔리 웨딩 수요를 겨냥했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도심 특급호텔들이 콧대를 낮추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주 고객인 외국인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서다. 한국호텔업협회의 '2019 호텔업 운영 현황'을 보면 서울 호텔 투숙객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54.49%에 달했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 사실상 외국인 고객의 발길이 끊겼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특급호텔의 매출 구조 중 객실 매출 비중이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내국인의 호캉스 수요로 제주, 강원, 부산 등 관광지 숙박 예약률은 만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도심 특급호텔들의 객실 점유율은 아직 평균 50~60%대에 머무르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최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업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델타 변이 등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