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 브랜드 다이나핏(DYNAFIT)의 본사 직원이 수년 동안 성희롱성 발언과 폭언을 일삼으면서 백화점 매장 판매 담당자들이 줄퇴사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나핏코리아 본사의 서울 지역 영업담당자가 매장 판매직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외모 지적을 하는 등 갑질을 일삼으면서, 직원들이 수 개월만에 그만두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다이나핏코리아는 등산 전문 브랜드 'K2'를 보유한 케이투코리아의 스포츠사업 부문을 지난 2018년 인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정영훈 케이투코리아 대표가 지분 51.2%를 갖고 다이나핏코리아의 대표직도 겸직한다. 아웃도어 브랜드인 '아이더'와 골프복 브랜드 '와이드앵글' 등도 케이투코리아 계열사 브랜드다. 다이나핏은 신세계그룹이 인수한 야구단 SSG랜더스의 공식 유니폼 제작업체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입점한 다이나핏 매장. /유한빛 기자

문제의 지역 영업담당자인 이 모 과장은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매장 판매직원에게 "얼굴을 이용해 남자 손님들에게 (영업을) 하면 되지 않느냐"거나 "색깔 있는 옷이나 붉은색 옷을 입으라"는 식의 성희롱적인 발언으로 매출에 대한 압박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백화점 다이나핏에서 근무하다 7개월여 만에 퇴사한 전(前) 판매원은 "백화점 층 담당자가 남자였으면 (일하기) 편했겠다"거나 "가방을 안 들고 퇴근하는 것을 보니 남자들에게 밥 얻어 먹고 조수석에 앉아 다니는 것 아니냐"는 등 성차별적인 발언을 수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이 판매원은 "크게 소리를 치면서 매장 디스플레이를 지적하거나 전화로 폭언을 하고, 실적이 부진하다고 지적하면서 '우리와 안 맞는 분 같다'는 식으로 해고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면서 "몇 달 만에 그만 둔 다른 판매사원은 스트레스 때문에 2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는 또 다른 피해 직원은 "백화점에서 상품권 증정 행사 참여 브랜드를 확인할 때 '행사 비용을 본사와 절반씩 부담하자'는 본사 영업담당자의 말을 믿고 사비로 먼저 상품권 수십만원어치를 (고객들에게) 제공했는데, 정산을 요청하자 '그 정도는 개인적으로 부담하라'면서 비용을 떠넘겼다"면서 "문제의 본사 직원은 백화점 담당자와 의사소통을 판매직원들에게 떠넘기거나 주말에 사전 협의 없이 제품을 수십 박스씩 입고시키는 식으로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 백화점 판매원, 개인사업자로 계약해 '노동법 사각지대'

그만 둔 판매직원들은 피해 사실을 호소할 창구가 없었다는 점도 성토했다.

한 피해 직원은 "다이나핏 소속도 백화점 소속도 아니기 때문에 본사 직원의 갑질이나 괴롭힘을 알릴 곳이 없었다"면서 "2차 피해를 우려해 건강을 핑계로 조용히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통상적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들은 본사 직원을 파견해 판매 업무를 맡기거나 매장 단위로 판매를 담당하는 '중간판매자'를 고용한다. 다이나핏의 경우 '매니저'로 부르는 중간판매자와 1대 1로 계약을 맺고 영업을 맡겼다. 이 판매직원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게 한 다음,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판매수수료로 지급하는 식이다.

다이나핏은 본사의 영업담당자가 서울·경기·부산 등 일정한 지역 내 매장 판매직원들의 실적을 관리한다. 다이나핏코리아의 정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다이나핏코리아 대 개인사업자'로 판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 않았다.

한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판매직원 관리는 해당 브랜드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지 않는 이상 (백화점이) 개입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면서 "다만 성희롱이나 갑질 등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 (백화점이) 본사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백화점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 피해를 미친 브랜드에 대해서는 입점 계약상 단서조항에 따라 퇴점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웅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직접 고용이 아닌 본사와 개인사업자가 위탁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장 직원을 채용한 만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나 노동 관련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이나핏코리아는 "해당 영업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해 사실 확인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다"면서 "관련된 직원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고, 실제 문제가 있는 사항이 확인되면 인사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