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이 이탈리아 명품 가죽 브랜드 발렉스트라 사업을 중단하고 올해 말까지 발렉스트라 국내 매장을 모두 철수한다.

발렉스트라 '이지데 죠이앨로 미니백'. /발렉스트라 공식홈페이지 캡처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점, 현대백화점 본점 두 곳의 발렉스트라 매장을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발렉스트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장 축소를 진행해 왔다. 롯데백화점 부산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러리아 명품관 이스트점 매장을 닫은 데 이어 올해 초 롯데백화점 롯데월드타워점과 서울신라호텔 아케이드에서도 빠졌다.

발렉스트라는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100% 수공예 가죽 전문 브랜드다. 모던하면서도 제품 고로를 드러내지 않는 디자인이 특징으로, 판매가는 수백만원대다.

국내엔 2009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들여와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입점하면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이서현 전 제일모직 부사장이 이 브랜드 가방 애호가로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주인공 '지선우'역의 김희애가 든 가방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1년 6월 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2011년 호암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이부진(오른쪽)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전 부사장이 나란히 들어서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전 부사장이 발렉스트라 제품 '이지데 클러치'를 들고 있다./ 이태경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발렉스트라 국내 매장을 정리하는 것은 판권 계약이 만료되면서다. 여기에 최근 소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인기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브랜드력이 이전보다 약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면서 순차적으로 모든 매장을 정리할 예정"이라며 "다만 가을겨울(FW) 시즌까지 정상 영업을 계속할 것이고, 아직 브랜드의 국내 시장 완전 철수나 직진출 전환 등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잇달아 브랜드를 정리해 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54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 줄었고, 영업손실 36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전환 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자체 브랜드 '빈폴스포츠' 사업을 중단했으며, '빈폴 액세서리'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또 2011년 인수해 운영해 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를 지난 5월 SG세계물산(004060)에 넘겼다.

삼성물산은 대신 '아미·메종키츠네·톰브라운·르메르·꼼데가르송' 등 이른바 '신명품' 브랜드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에 인기를 얻으며 매출이 급성장한 브랜드다. 이에 힘입어 올 1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은 421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10억 원으로 흑자전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