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 IMM그룹에 인수된 에이블씨엔씨(078520)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유행과 국내외 유통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IMM의 전략이 제대로 먹히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IMM이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지난 2017년 4월 이후 대표이사직을 거친 경영자만 5명이다. 1년에 한두 번꼴로 대표가 바뀐 셈이다. 최근 에이블씨엔씨의 신임 대표엔 IMM오퍼레이션그룹의 김유진 대표가 선임됐다.

IMM그룹의 주축인 IMM인베스트먼트는 1999년 설립된 한국 사모펀드다. IMM인베스트먼트의 공동대표인 지성배, 장동우 대표와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PE·Private Equity) 대표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현재 IMM인베스트먼트는 유한회사인 IMM가 지배하고, IMM은 지성배 대표와 장동우 대표가 각각 지분을 42.76%씩 갖고 있다.

서울 중구의 '미샤 플러스 명동메가스토어' 전경. /유한빛 기자

IMM PE는 2017년 4월 창업주인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의 지분 25.53%를 사들였다. 에이블씨엔씨는 1세대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청소년 대상 브랜드인 ‘어퓨’ 등을 보유한 회사다. IMM PE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비너스원이 에이블씨엔씨의 자회사인 광고 회사 리프앤바인을 사들이고, 서 회장의 지분을 리프앤바인에 양도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IMM PE는 서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1882억 원을, 이후 에이블씨엔씨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는데 1392억 원을 투자했다. 인수에만 4000억 원 이상 투입된 셈이다. 그럼에도 IMM은 에이블씨엔씨를 매각할 시기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절감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부진한 실적 탓에 기업 가치가 인수 당시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통상 PE는 회사 인수 후 3~5년내 매각해 차익을 내고 이를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6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량 감소했다. 영업손실 60억 원과 순손실 36억 원을 냈다. 올해로 4년째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에이블씨엔씨의 시가총액은 3298억 원에 그쳤다.

IMM이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하던 당시만 해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주를 이뤘다. 중국 수요에 힘입어 기업들의 몸값도 급등한 상태였다. 베인캐피탈이 유니레버에 기초화장품 브랜드 ‘AHC’를 보유한 카버코리아를 3조 원에 매각한 것도 2017년이다. 이듬해에는 프랑스 로레알그룹이 1세대 온라인 쇼핑몰인 스타일난다와 화장품 브랜드 3CE를 보유한 난다를 6000억 원에 인수했다.

문을 닫은 서울 중구 명동의 어퓨 매장. /유한빛 기자

문제는 이 시기 대외적인 악재와 화장품 유통시장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생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한류 규제)으로 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급감했다. 매출이 20% 이상 줄어든 에이블씨엔씨는 IMM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국내 오프라인 화장품 유통시장이 단독 브랜드 매장에서 올리브영·롭스 같은 드럭스토어(H&B스토어) 중심으로 전환된 점도 타격을 줬다. 서울 명동·강남 등 임대료가 높은 지역에 단독 매장을 내거나 지하철 내 상가매장을 운영해 온 미샤의 전략상 영업비용 부담이 컸다.

IMM은 그룹 내 투자 전문가와 LG생활건강 출신과 마케팅 전문가 등을 공동대표로 앉히면서 경영효율화에 매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회생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을 164곳 닫았고, 올 초에는 외국인 관광객 상권인 서울 인사동 매장을 카페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IMM은 카페 체인점인 할리스커피를 KG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김 신임대표에 기대를 걸고 있다. IMM은 지난 2013년 약 450억 원대에 할리스에프앤비 지분 60%를 인수했고, 지난해 1000억 원에 매각했다. 할리스커피 인수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2017년부터 할리스커피의 경영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