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본점 주차장에 검은색 스타렉스 차량 한대가 멈춰섰다. 발렉스(Valex)라는 로고가 붙은 이 차량에서 흡사 경호원을 연상케 하는 남색 유니폼 차림의 배송요원 두명이 내렸다. 이들이 차량 뒷문을 열자 트렁크와 좌석 대신 거대한 강철 금고가 나타났다. 두께 4㎝에 문 무게만 100㎏가 넘어 웬만한 외부 충격에는 금고가 손상 되지 않는다.
1~2평 규모의 금고는 그동안 현금이나 상품권, 국가고시 시험지처럼 외부 탈취 우려가 큰 물품들이 실렸던 공간이다. 작년부터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 시계, 액세서리, 식기, 미술품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차량을 보유한 특수배송업체 '발렉스특수물류'가 작년 6월부터 명품 가방, 시계, 액세서리, 식기, 미술품 등을 고객이 원하는 장소, 시간에 가져다주는 프리미엄 배송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고 내부에는 방범용 카메라(CCTV)가 달려있어 배송요원들이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제품이 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CCTV와 차량 동선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발렉스특수물류 본부지사 중앙통제센터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차문은 닫는 순간 자동으로 잠기는데 억지로 열려고 시도하는 순간 경보음이 울리고 중앙통제센터에 즉각 알림이 간다.
이날 전국에서 명품 전문 특수 배송 서비스를 하는 발렉스특수물류의 브라이틀링 배송 현장을 찾았다. 브라이틀링은 1884년 스위스에서 설립된 명품 시계 브랜드다. 시계 가격은 500만~600만원에서 고가 제품은 6000만원이 넘는다. 이날 발렉스특수물류가 배송한 시계는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43 모델로 판매가 1120만원이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의 이른바 보복 소비로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고, 특히 온라인 구매 비중이 늘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은 10.6%로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특수배송업체 발렉스특수물류는 한 글로벌 명품업체의 의뢰를 계기로 프리미엄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명품업체는 고객들의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친절한 배송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았다.
이 회사의 월 평균 배송건수는 작년 2000건에서 약 1년 만에 5000건 수준으로 늘었다. 고객사는 글로벌 명품업체 한 곳에서 브라이틀링, 태그호이어, 바카라(크리스탈) 등 명품 브랜드와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로 다양해 졌다. 발렉스특수물류의 지난해 매출은 395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81%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프리미엄 배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다.
명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빠른 배송 만큼 제품을 안전하게 받아보기를 원하고, 배송 전반을 본인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 발렉스특수물류는 고객들과 사전 연락해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또 범죄 이력이 없는지 확인된 사람만 배송요원으로 채용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가스총과 삼단봉을 소지하게 한다. 회사는 제품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배송 차량에 붙어있는 위치정보시스템(GPS)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