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탑텐’ 등을 운영하는 신성통상(005390)이 아들과 맏사위의 지분을 늘리며 가족경영을 공고히 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희찬 에이션패션 대표는 지난 7일 신성통상 주식 5만주를 장내매수했다. 종가 기준 1억8650만원어치다.
박 대표는 지난달 신성통상 주주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4월 15일과 16일, 19일 총 세 번에 걸쳐 10만주를 잇달아 매입하면서다. 해당 지분의 취득금액은 총 1억8522만4500원이다. 이번에 추가 매입한 지분까지 합치면 박 대표가 보유한 신성통상 지분은 총 15만주, 지분율은 0.10%다.
1981년생인 박 대표는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의 첫째 사위다. 그는 현대카드 마케팅팀 출신으로 2011년 신성통상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장 겸 탑텐 부문장을 거쳐 2017년 상무이사에 올랐다. 2019년 말부터는 에이션패션 대표를 맡고 있다. 에이션패션은 ‘폴햄’, ‘프로젝트 엠’ 등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성통상의 계열사다.
박 대표의 신성통상 지분 매입이 주목되는 이유는 염 회장 이외에 오너 일원 중 처음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염 회장 슬하 1남 3녀 중 신성통상 지분을 보유한 자녀는 아직 없다. 박 대표가 이끄는 에이션패션 지분은 염태순 회장(41.2%), 가나안(36.0%), 신성통상(22.7%) 기타(0.1%) 순으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염 회장의 장남인 염상원씨가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인 비상장사 가나안의 최대주주(지분 82.43%)로 있다. 가나안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 납품하는 가방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수출업체다.
신성통상의 지분구조를 보면 33.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가나안을 비롯해 염태순 회장(20.21%), 에이션패션(17.66), 박희찬 대표(0.10%) 등의 지분율이 71.87%에 달한다. 신성통상의 모회사인 가나안은 최대주주인 염상원씨(82.43%)와 염태순 회장(10%), 에이션패션(7.57%) 등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가나안 역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24차례에 걸쳐 신성통상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해 6월에는 염 회장이 보유한 신성통상 지분 200만주를 장외매수로 매입했으며, 이에 가나안의 신성통상 지분율은 작년 2월 기준 28.62%(4113만4460주)에서 지난달 20일 기준 33.9%(4871만7091주)까지 늘었다.
이는 장남 승계 구도에 힘을 싣고 가족 경영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성통상은 염 회장과 동생인 염권준 신성통상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총괄해온 대표적인 가족경영 회사로 꼽힌다. 염상원씨는 지난해 1월 가나안에 차장으로 입사해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 승계를 위한 본격 채비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지난해 가나안의 지분 매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락한 주가 방어 차원의 조치였다”며 “최근 박 대표의 지분 매입은 큰 의미 없는 개인 차원의 투자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