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뿌릴 때마다 1000원."
유통업계에 나타나는 고가 브랜드 선호 현상이 향수시장에서도 뚜렷해 지고 있다. 소수의 취향에 맞춘 니치 향수, 그 중에서도 향수 한 병의 평균 가격이 20만~40만원대인 고가 브랜드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향수시장은 최근 10년 새 두 배로 커졌다. 11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프리미엄 향수시장은 지난 2010년 2억4710만달러(한화 약 2758억원)에서 지난해 4억9080만달러(한화 약 5477억원)로 성장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나를 위한 소비'나 '과시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1980년대생인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Z세대)를 중심으로 고급 향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로 풀이한다.
올 들어서는 MZ세대의 보복소비까지 겹치면서 니치 향수 매출도 급증하는 중이다. 이달 9일까지 집계한 신세계백화점의 니치 향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4월 니치 향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가격대도 더 높아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어린이날, 성년의날 등 기념일을 앞둔 지난 5월 1~7일 일주일 동안 평균 가격대가 30만원 이상인 고가 니치 향수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니치 향수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5~6년 전만 해도 30ml 향수 한 병을 10만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는 영국의 조말론이나 프랑스 아틀리에코롱 등 브랜드가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향수병의 용량도 커지고 가격대도 높아졌다. 100ml 제품이 40만원에 육박하는 프랑스의 크리드나 영국의 펜할리곤스 등의 매출이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 향수 매출 상위 브랜드로 떠올랐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이 지난해 12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톰브라운의 대표 향수 제품도 1병당 30만~40만원 선이다.
이 같은 니치 향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롯데백화점은 신규 브랜드를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잠실점 에비뉴엘에는 세상에 하나 뿐인 맞춤형 향수를 제작할 수 있는 '메종 21G'와 프랑스 고급 향수 '퍼퓸드 말리'를 국내 백화점 중 처음으로 유치했다.
오는 15일에는 프랑스 비건 향수 브랜드인 '르쿠방'과 친환경 브랜드인 '더 디퍼런트 컴퍼니'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국내 최초로 입점시킨다. 더 디퍼런트 컴퍼니의 100ml 향수 제품은 모두 리필해서 사용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30세대 비중이 큰 타임스퀘어점을 지난해 새단장하면서 메종마르지엘라, 아쿠아디파르마, 펜할리곤스, 에르메스, 딥티크 등 니치 향수 매장을 대거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젠더리스(genderless) 향수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호텔가에서도 섬세해진 투숙객의 코를 만족시키기 위해 니치 향수 브랜드와 손을 잡고 있다. 프리미엄 니치 향수를 객실용품(어메니티)으로 준비하는가 하면, 호텔 식음료(F&B)업장의 꽃인 애프터눈티(오후 시간에 다양한 디저트와 차를 함께 즐기는 세트 메뉴)에도 향기를 입히고 있다.
이달 개관하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고급 호텔인 '조선 팰리스 강남'은 모든 객실에 바이레도의 르 슈망 제품을 비치한다. 복합리조트인 파라다이스시티 역시 모든 투숙객이 펜할리곤스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명품 브랜드 발망 용품을 제공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니치 향수 '아쿠아 디 파르마'와 협업한 애프터눈티를 선보인 롯데호텔은 올해도 이 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오는 8월 31일까지 '2021 머스트 비 트로피칼: 라 돌체 비타' 행사를 진행한다. 디저트와 빙수를 세트로 구성한 '트로피칼 트레이'에는 아쿠아 디 파르마를 대표하는 노란색에 영감을 받은 망고타르트, 코코넛플라워 등 디저트와 향수 샘플이 제공된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아쿠아 디 파르마 쪽의 재협업 요청을 받고 진행하게 됐다"면서 "니치 향수 브랜드로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호텔업계와 협업하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