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 브랜드들이 소위 '입문템(입문과 아이템의 합성어로, 해당 브랜드에서 가격대가 저렴한 제품)'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군의 가격대를 더 큰 폭으로 인상하는 등 제품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보석 브랜드인 티파니앤코는 인기가 많은 은(銀) 소재 제품 일부의 한국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30만원대로 20대 등 젊은층 사이에서 커플링으로 인기가 많은 '티파니 1837 링'을 포함해 '하트 키 펜던트' 등 은 제품들을 재고를 소진하는대로 단종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에서는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 매장에도 가격대가 저렴한 은 제품은 추가 입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한국에서는 단종시킨 은 제품 인기 모델을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판매를 중단한 은 소재 '티파니 1837 링'. /티파니 미국 공식 홈페이지 캡처

국내 면세점 티파니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면세점은 물론 찾는 고객이 더 많은 백화점에서도 은 제품류를 일부를 단종시키거나 거의 입고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재고가 남은 제품이 소진된 이후에는 구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도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입문템 중 하나로 꼽히는 '티파니 티 스마일' 목걸이 제품의 경우 두 차례 인상을 통해 1년 만에 가격이 30% 이상 올랐다. 티파니앤코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 2030세대의 접근성을 높이는 가운데서도, 100만~200만원대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고가 전략을 펴고 있다.

티파니앤코뿐만 아니라 여타 명품 패션 브랜드들도 저(低)가격대 제품 값을 더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띄우고 있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는 이달 초 '아이콘 스트라이프 드로스트링 파우치' 가격을 65만원으로 10% 인상했다. 나일론 소재인 이 제품은 손잡이나 끈을 추가하는 리폼을 통해 '동네 마실용 가방'으로 활용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버버리는 지난해 초만 해도 100만원대 초반에 판매하던 '미니 캔버스 레더 포켓백'의 가격을 세 차례 올렸다. 129만원에서 168만원으로 30% 정도 인상됐다.

올 들어 가격을 네 차례 올린 루이비통은 캔버스 소재 미니백, 클러치 등 입문용 제품의 인상폭을 평균치보다 높게 설정했다. 작은 숄더백 형태 제품인 '포쉐트 악세수아 nm'은 78만원에서 98만원으로 25.6%, 클러치 제품인 '토일레트리 파우치 15'는 51만원에서 60만원으로 17.6% 올렸다. 가격대가 200만~300만원대인 가방의 인상률이 한 자리수인 것과 대조된다.

패션업계에서는 '입문템'으로 불리는 낮은 가격대 제품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제품이 너무 흔해지면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단종이나 가격 인상 등 희소성을 유지하는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인기가 많은 제품은 (시중에) 너무 흔해지는 상황이 생기는데, 브랜드 관리를 중시하는 명품 브랜드로서는 단종이나 물량 조절을 통해 (이미지) 관리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