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앵글의 피레티 라인. 수제 명품 퍼터 브랜드인 '피레티'와 콜라보레이션 제품군을 선보였던 와이드앵글은 법인명을 에프씨지코리아로 바꾸고, 피레티 어패럴을 새 브랜드로 출시한다. /와이드앵글 제공
까스텔바작의 가을·겨울 화보. 화려한 컬러를 추구했던 까스텔바작은 최근 MZ세대를 겨냥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미지를 탈바꿈 중이다. /까스텔바작 제공
까스텔바작이 배우 박신혜를 신규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까스텔바작 제공
가성비가 좋아 충성 고객이 많았던 JDX도 실적 부진에 빠졌다. /JDX 제공
슈페리어에서 전개하는 'SGF67'의 화보 광고. /슈페리어 제공
루이까스텔의 광고 화보 사진. /루이까스텔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골프 산업이 호황을 맞은 가운데 중저가 골프웨어 브랜드는 실적 부진으로 경영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이후 부는 보복소비 바람으로 명품 판매가 급증한 것처럼 골프웨어 브랜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럭셔리 브랜드는 건실한 실적을 거둔 반면, 가두매장(로드샵)과 할인점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대중 브랜드는 찾는 고객이 급격히 줄었다.

대중 브랜드를 찾는 고객이 준 까닭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소비 트렌드가 '다다익선'에서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것을 구매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또 화려한 원색 옷감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캐릭터를 남용하는 대중 브랜드의 디자인이 패션에 민감한 젊은층에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길우

골프 패션 브랜드 '루이까스텔'을 운영하는 브이엘엔코가 대표적이다. 2017년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에 4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브이엘엔코는 지난해 1274억원 매출에 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년새 매출은 35.6% 감소하고, 적자전환한 것이다.

2019년 814억원 매출에 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까스텔바작도 지난해 매출은 673억원으로 17.3% 줄고,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16.7% 감소했다.

디자인에 원색을 많이 넣는 게 특징이었던 까스텔바작은 MZ세대(198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를 겨냥해 파스텔톤과 빅로고 디자인을 차용하는 등 이미지 쇄신 중이다. 광고모델도 지난 2월 배우 박신혜를 발탁했다.

JDX를 전개하는 신한코리아도 2019년 1044억원 매출, 57억원 영업이익에서 2020년 921억원 매출, 44억원 영업이익으로 실적이 줄었다. 그동안 골프 패션에 주력했던 신한코리아는 JDX의 실적 악화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섰다. 지난 4월 종합 격투기 단체인 UFC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올 하반기 라이프스타일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4년 20~40대가 선호하는 모던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와이드앵글은 코로나 이후 실적 부진에 빠졌다. 2019년 890억원 매출에 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이 회사는 지난해 879억원 매출에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와이드앵글은 수제 명품 퍼터 브랜드 '피레티'로 의류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피레티를 앞세워 와이드앵글 내 프리미엄 라인으로 차별화하려고 했으나, 이보다는 아예 신규 브랜드로 출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이름도 '와이드앵글'에서 '에프씨지코리아'로 변경했다.

타이틀리스트의 2020년 가을겨울 화보. /아쿠쉬네트코리아 제공
밀리터리 스타일을 강조한 PXG의 2021 봄·여름 신상품. /PXG어패럴 제공
인디핑크 컬러를 활용한 파리게이츠의 2021 봄·여름 여성복. /크리스에프엔씨 제공

중장년 세대가 많이 입던 슈페리어와 보그너 등 전통 브랜드도 사정이 좋지 않다. 슈페리어의 지난해 매출은 716억원으로 전년 매출(992억원) 대비 27.8%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2억원에서 81억원으로 4배로 늘었다.

보그너를 전개하는 보그인터내셔날은 작년 매출이 335억원으로 전년 매출 320억원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보그너의 영업부진에 보그인터내셔날은 브랜드 재구축에 들어갔다. 브랜드 타깃 고객을 3040으로 잡고, 젊은층이 선호하는 세련된 스타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중저가 브랜드들이 악전고투 한 반면, 고가 전략을 취한 럭셔리 브랜드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PXG를 판매하는 로저나인은 지난해 7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4.4%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07억원에서 19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타이틀리스트 어패럴과 풋조이 등을 전개하는 아쿠쉬네트코리아도 지난해 2914억원 매출에 49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8%, 6.9% 신장한 실적이다.

파리게이츠와 세인트앤드류스, 핑 등을 전개하는 크리스에프엔씨도 작년 매출이 2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오르고, 영업이익은 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1% 신장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최근 골프에 입문한 젊은 골퍼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