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서 불안해 미치겠습니다." 회원 수 50만명 이상 규모의 한 다이어트 온라인 카페에 최근 이런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살을 빼려다 머리숱을 잃을까 불안하다는 호소부터, 탈모 조짐이 보여 약을 끊었다는 글까지 있다.
마운자로·위고비 같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로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그 부작용으로 지목된 탈모 관리가 뷰티·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디바이스부터 샴푸·앰플까지 두피 라인업이 쏟아지는 가운데, 매출 지표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헤어토닉·앰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라보에이치 '두피강화 클리닉 헤어라인 앰플', 리필드 '헤어 리커버리 사이토카인 부스터 프로', 릴리이브 '그로우턴 엑소좀 브러쉬 앰플' 등이 판매를 견인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브러시나 롤온 형태로 바르기 간편한 국내 브랜드 두피 관리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채널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다이소에서 두피 앰플·토닉 매출은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약 300%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8월에도 약 80% 늘었다.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 매출 증가세 역시 1월 약 240%를 기록한 뒤 8월까지 매달 70~200%씩 증가했다. 두피 앰플·토닉에서는 정직한실험실 '트루랩스칼프 헤어식초', RGIII '레드진생 스칼프 토닉'이, 기능성 샴푸에서는 모다모다 '블루비오틴 스칼프샴푸', 티에스 '탈모케어샴푸'가 판매 상위에 올랐다. 3만~5만원대 고기능성 앰플에서 5000원 이하 균일가 상품까지, 가격대 전 구간으로 수요가 번진 셈이다.
국내 비만치료제 복용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의 월 처방 건수는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 1만8579건에서 올해 5월 27만건을 넘어섰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30대에게 처방됐다.
최근 2년 사이 GLP-1 계열 약물과 탈모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는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실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분석한 결과, GLP-1 사용자의 탈모 위험이 다른 계열 당뇨약 사용자보다 37~68% 높게 나타났다. 급격한 체중 감소가 유력한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는 기술 경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에이피알(278470)은 최근 고주파 미세천공(RF Microporation) 기반 탈모 치료 효능 연구가 저널인용보고서(JCR) 약리학 분야 상위 10% 학술지 '파마슈틱스'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두피에 미녹시딜을 도포할 때 자사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X2'의 에어샷 모드를 병용하면 표피·진피 내 침착량이 단독 도포 대비 최대 2.4배 늘었다는 것이 골자다. 여성 탈모 환자가 바르는 미녹시딜에 주로 의존한다는 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진출도 잇따른다. LG생활건강(051900)의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미국 세포라 오프라인 424개 매장에 입점했다. 스칼프·헤어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미국 타깃(Target)의 '뷰티 스튜디오' 611개 매장에 한국 스칼프·헤어케어 브랜드 중 유일하게 들어갔다. 아로마티카는 올해 상반기 관련 제품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6.2%, 판매금액은 63.1% 늘었다. 이 기간 전체 매출에서 스칼프·헤어케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61.3%까지 올라갔다. 무신사 뷰티는 최근 문을 연 첫 단독 매장 '무신사 뷰티 홍대'에 온누리약국을 들이고 탈모 섹션을 별도로 배치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 11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헤어케어를 차세대 글로벌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2030년(2029년 7월~2030년 6월) 헤어케어 매출 1조원과 글로벌 매출 비중 60% 이상이 목표다. 려·미쟝센·라보에이치 등 멀티브랜드를 앞세워 미국·중국·일본·브라질 등에서 프리미엄 헤어케어와 두피 케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탈모 치료제를 포함한 국내 탈모 시장 규모는 4조원대(KB증권)로 추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두피를 피부처럼 세분화해 관리하는 흐름에 감량 인구 증가가 겹치면서 관련 제품군이 기초 화장품 못지않은 카테고리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