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한국콜마(161890)에 창사 36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생겼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은 지난 3일 한국콜마지회가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한국콜마가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 3주 만이다.

한국콜마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13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50.2% 늘며 처음으로 분기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늘어난 데다 선케어 성수기가 겹치면서 주문이 몰린 결과다.

세종시 전의면에 있는 한국콜마 생산시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조선일보DB

11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가 출범과 동시에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이 '주문'이다. 노조는 케이(K)뷰티 호황으로 주문은 두 달 치가 밀려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노동 강도가 높아졌고, 이에 맞춘 인력 배치나 설비 효율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사측의 근무 형태 변경 시도를 거론하며 "일방통행은 이제 그만"이라고 했다. 설립선언문은 노력과 책임에 걸맞은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을 핵심 가치로 내걸었다. 다만 노조는 아직 회사에 구체적인 요구안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늘어난 물량에 맞춰 설비와 인력을 꾸준히 늘려왔다는 입장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최근 생산 물량 증가에 대응해 생산시설 확충과 인력 보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세종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종 제2공장과 인천 색조공장 증설 등 중장기적인 생산능력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제조를 비롯해 충전·포장, 물류 등 생산 전반에 걸쳐 필요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며 "향후 현장 의견을 충분히 살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조와도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ODM 멈추면 인디 브랜드는 직격탄

ODM 업계에서 첫 노조가 생기면서 K뷰티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192820)의 고객사는 각각 5000곳 안팎에 이른다.

특히 자체 공장이 없는 인디 브랜드에 ODM은 사실상 유일한 생산 라인이다. 파업 등으로 ODM 공장 라인이 멈추면 이곳에 생산을 맡긴 여러 브랜드의 납기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 신제품 출시 속도와 해외 수출 일정이 곧 경쟁력인 인디 브랜드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노조 활동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고 교섭도 열리지 않은 만큼, 당장 생산 차질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각에선 실적과 설비 투자가 함께 늘어난 만큼 노조 요구가 결국 '성장한 만큼의 보상'으로 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스타벅스·쿠팡… K소비재로 번지는 노조 리스크

콜마처럼 호황 속에서 노조가 생기는 흐름은 유통·소비재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스타벅스코리아에는 첫 노조가 생겼다. 1999년 한국 진출 이후 27년 만이다. 스타벅스 노조는 시간대별 근무 인원은 줄어드는데 프로모션과 이벤트는 늘었다고 주장한다.

오리온(271560)은 지난해 매출 3조3324억원, 영업이익 558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올해 임금 협상에서 사측이 2% 인상안을 내놓자 영업직군 노조가 지난 6월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나섰다. 협상은 전면 파업 하루 전 3.5% 인상으로 봉합됐다. 쿠팡에서는 지난해 6월 본사와 전 계열사 직원이 가입할 수 있는 노조가 출범했다. 유례없는 고속 성장에도 고객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직원들의 희생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제도 변화도 노조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시행되면서 입점 판매사원과 물류 하청, ODM 협력사 등 층층이 얽힌 유통·소비재 업계 고용 구조 전체가 교섭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발(發) 성과급 논란 이후 잘나가는 업종마다 '우리도 목소리를 내자'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며 "산업엔 사이클이 있고, 업종별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점적 경쟁력도 다른 만큼 노사가 보상을 논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