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인으로 북적이던 괌에서 호텔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 사업부는 10년 넘게 운영해 온 괌 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현지에서 롯데호텔 괌을 둔 호텔 사업부는 가족부터 친구·연인 등 젊은 여행객까지 고객층을 넓히며 투숙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 말까지 괌 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한 뒤 철수합니다. 기존 사업권은 지난 7월 종료됐지만 공항 측이 차기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할 때까지 매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한시적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차기 사업권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스위스 아볼타(옛 듀프리)가 새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롯데면세점은 2013년 괌 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내 현지에 진출했습니다. 이후 10년 넘게 매장을 운영했지만 한국인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괌 공항점은 한국인 관광객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인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괌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대표적인 단거리 휴양지였습니다. 비행시간이 4시간 안팎으로 짧고 미국령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습니다. 신혼·효도 여행지로 인기를 끈 데 이어 어린 자녀를 둔 가족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괌을 찾는 한국인은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괌정부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괌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13만3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 감소했습니다. 7월에는 1만5707명이 찾아 전년 동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 6만7866명과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고환율과 항공편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달러 강세로 숙박·식음료 등 현지 체류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수요가 줄면서 항공사들도 괌 노선을 줄였습니다. 2023년 슈퍼태풍 마와르로 관광 인프라가 피해를 입은 뒤 복구에 시간이 걸린 것도 관광객 회복을 더디게 했습니다.
괌을 대신할 여행지가 많아진 것도 배경으로 꼽힙니다. 베트남 다낭·나트랑·푸꾸옥, 필리핀 세부·보홀 등 동남아 휴양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인 여행객들 선택지가 늘었습니다. 저렴한 물가에 대형 수영장, 키즈 시설 등을 갖춘 신축 고급 리조트가 잇달아 들어선 것도 강점입니다.
면세점 철수를 결정한 호텔롯데로서는 괌에서 함께해 온 호텔 사업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호텔롯데는 2014년부터 괌 투몬베이에서 롯데호텔 괌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철수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인 관광객이 몰리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객실 가동률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과거와 차이가 크다는 게 호텔 측 설명입니다.
롯데호텔 괌은 기존 가족 여행객을 붙잡는 동시에 고객층을 넓히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는 어린이 영어 체험 프로그램을 주 4회에서 5회로 늘리고 키즈 실내 놀이터, 카바나 등을 묶은 가족 여행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친구, 연인 등 젊은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도 내놨습니다. 와인, 마카롱, 카바나 이용권 등을 포함하고 하루 동안 렌터카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마련했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에 집중됐던 수요를 다른 연령층으로 확장해 객실을 채우려는 시도입니다.
시설 투자도 고민거리입니다. 괌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호텔, 리조트가 많다는 인식이 있는 가운데 동남아는 물론 일본 오키나와 등에도 신축 고급 리조트가 연이어 문을 열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시설 개보수가 필요하지만, 관광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면세점과 달리 사업을 지속하는 호텔이 새로운 수요를 끌어내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