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배달비 등 배달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입법·정책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률적인 수수료 규제보다는 소비자 부담과 입점 업체의 비용 구조, 배달 의존도 등을 함께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실질 배달료 인상이나 주문 감소 등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참여자별 특성을 반영해 비용 부담과 선택권을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 협의체'를 통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입점 업체 매출 구간에 따라 중개 수수료를 2.0~7.8%로 차등 적용하는 상생 요금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에도 점주들의 수수료·배달비 부담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단순히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합리적인 제도 설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배달 플랫폼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합리적인 제도 설계 방안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와 입점 업체, 배달 종사자, 플랫폼 사업자가 동시에 얽힌 다면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비용을 낮추는 규제가 다른 시장 참여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규제 효과를 전체 시장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토론회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배달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가 주관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환희 네덜란드 폰티스 응용과학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배달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조정기를 넘기고 다시 확대되는 추세"라며 "무료 배달의 시행·확산 및 지난해 4월 상생 요금제 도입 이후 입점 업체의 매출과 전체 시장 규모가 함께 커지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제한하는 방식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체 시장 규모와 소비자 배달비 부담, 점포당 매출, 주문당 점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한쪽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다른 참여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는 탓이다. 그는 "직접적인 가격 규제보다 시장 참여자 간 자율 협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배달 플랫폼은 규제를 통해 하나의 비용을 조정하면 그 영향이 해당 항목에만 머무르지 않는 다면 시장"이라며 "입점 업체의 수수료율이 낮아져도 소비자 배달비가 오르고 주문이 감소한다면 이를 배달 시장 전체의 성공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의 기준은 어떤 비용을 얼마로 제한했는지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최종 부담이 낮아지고 선택권과 편의성, 시장 전체의 후생과 지속 가능성이 개선됐는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배달플랫폼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합리적인 제도 설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규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외식업체의 경영난을 배달 수수료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태희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외식업체의 영업이익에는 배달 수수료보다도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책의 무게중심을 '수수료를 얼마나 규제할 것인가'에서 개별 외식업체의 비용 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배달 채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할 것인가로 옮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달 플랫폼이 입점 업체들의 매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만, 매출 증가가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1인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이노베이션'의 김철민 대표는 "배달 플랫폼을 이용 중인 가맹점주들의 매출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만큼 플랫폼이 가져가는 광고료도 함께 뛰는 구조"라며 "늘어난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한 인건비 부담까지 늘면서 오히려 점주들이 적자를 보는 구조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입점 업체의 협상력 열세를 인정하면서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영세하고 배달 의존도가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혜선 공정위 디지털공정거래정책과장은 "배달 앱 시장에서 입점 업체들이 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할지 고민하고, 충실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