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의 이용자와 결제액이 사태 이전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G마켓·11번가·SSG닷컴 등 토종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는 이용자와 결제액이 동시에 감소했다.
9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8월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액은 4조9301억원으로 G마켓(2477억원)과 11번가(2414억원), SSG닷컴(2383억원)을 합친 금액의 6.8배에 달했다. 올해 1월 4.6배였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쿠팡 결제액은 1월보다 11.9% 늘었지만, 같은 기간 G마켓은 44.0% 줄었고 11번가와 SSG닷컴도 각각 5.7%, 7.5% 감소했다. 쿠팡의 7월 결제액은 5조942억원으로 월간 집계 기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용자 지표에서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쿠팡 앱의 8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595만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2월 저점(3364만명)에서 231만명 늘었고, 정보 유출 사태 이전인 지난해 10월(3438만명)과 비교해도 157만명 많다. 반면 11번가의 8월 MAU는 688만명으로 전달(795만명)보다 107만명(13.5%) 줄어 700만명 선이 무너졌다. G마켓도 616만명으로 1월(683만명) 대비 9.9% 감소했다. SSG닷컴은 285만명으로 쿠팡의 1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쿠팡의 빠른 회복은 소위 '쿠팡 생태계' 덕으로 풀이된다. 월 7890원의 '와우 멤버십'은 무료배송·무료반품에 더해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과 쿠팡이츠 배달비 할인까지 한데 묶고 있다. 특히 스포츠 중계에 강한 쿠팡플레이는 8월 한 달간 '팀 케이(K)리그'와 영국 맨체스터 시티가 맞붙은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 손흥민이 뛴 리그스컵, 최근 개막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26-27시즌을 잇따라 중계하며 이용자가 한 달 새 16% 늘었다. 지난 6월 신규 가입자 대상 스포츠 패스 요금을 최대 25% 올린 뒤에도 유입이 이어진 것이다.
쿠팡 우위의 1차 축은 직매입이다. 쿠팡은 상품을 미리 사들여 전국 물류센터에 쌓아두고 자체 배송망으로 내보낸다. 재고와 배송을 모두 직접 통제하기 때문에 새벽·당일 배송과 30일 무료 반품이 가능하다. 반면 G마켓·11번가 등은 대부분의 물량을 셀러가 직접 택배사에 넘기는 구조여서, 같은 상품이라도 판매자에 따라 배송 기간과 반품 절차가 제각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언제 오는지,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되는지'가 확정돼 있느냐 여부가 갈리는 지점이다.
쿠팡은 나아가 오픈마켓 셀러가 파는 물건까지 쿠팡 배송으로 흡수하고 있다. 셀러가 상품을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하면 보관·배송·반품·고객응대를 대신 처리하는 '로켓그로스'를 운영한다. 이 상품에는 '판매자로켓' 배지가 붙어 검색 화면에서 우선 노출되고, 일요일과 공휴일에도 배송된다. 오픈마켓 상품이지만 소비자가 겪는 경험은 로켓배송과 동일한 셈이다. 셀러 입장에서도 물류와 고객응대를 맡기고 소싱·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어 규모가 커질수록 쿠팡 물류망 안으로 들어갈 유인이 커진다.
경쟁사들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국 단위 로켓배송망을 그대로 복제하려면 막대한 물류 투자가 따르는 만큼, 정면 대결 대신 쿠팡이 상대적으로 채우기 어려운 영역을 파고드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SSG닷컴이 이마트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삼아 1시간 안팎에 상품을 전달하는 '바로퀵'을 확대하는 식이다.
다만 이런 투자가 아직까지는 지표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셀러가 몰리고, 상품 구색과 최저가가 쿠팡에 쌓이면서 소비자가 쿠팡으로 향하는 '가두리 효과'가 나타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각 사가 프로모션으로 총력전을 펼쳤으나 와우에 묶인 고객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예외는 네이버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MAU는 1월 697만명에서 8월 904만명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쿠팡과의 이용자 격차는 4배 수준으로 좁혀졌다. 토종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쿠팡을 추격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결제 데이터가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결제액 비교는 불가능하다. 이번 결제액은 신용·체크카드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추산한 수치로 실제 매출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모바일인덱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