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찾은 경기도 여주시 오금동 씰리침대 신공장 1층 생산동. 거대한 기계에 걸린 수십 개의 실타래가 동시에 회전하며 흰색 원단과 푹신한 충전재를 꿰매고 있었다. 재단과 누빔을 마친 침대 상판과 옆 단은 일정한 길이로 잘린 뒤 바로 옆 봉제 공정으로 향했다. 재봉틀 앞에 앉은 숙련공들의 손을 거쳐 가지런한 모양으로 정돈됐고, 매 공정이 끝날 때마다 혹시 모를 불량을 잡아내기 위한 직원들의 검수가 이어졌다.
스프링과 원단을 결합한 매트리스는 최종 검수를 거쳐 포장된 뒤 물류동으로 향했다. 제품마다 고객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태그가 붙어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정규태 여주공장 생산팀장은 "모든 제품을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며 주문부터 배송까지 약 5일이 걸린다"며 "미리 만들어 재고를 쌓은 뒤 주문이 들어오면 출고하는 일반적인 공장과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씰리침대가 약 400억원을 투입해 최근 가동한 여주 신공장은 기존 공장보다 생산 규모를 대폭 키웠다. 생산 면적은 1만5183㎡로 기존 공장의 약 1.9배다.
생산 설비와 규모를 늘리면서 최대 생산 인원은 71명에서 92명으로 확대됐다. 8시간 기준 최대 매트리스 생산 능력도 300개에서 500개로 약 67% 늘었다. 원자재 입고와 검수부터 퀼팅·봉제·빌드 등 생산, 품질·안전성 검사, 완제품 관리와 출고까지 전 과정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구매동과 생산동, 물류동을 한데 모았다.
이번 신공장은 씰리침대의 한국지사인 씰리코리아가 약 10년간 이어온 '국내 생산 확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씰리침대는 1881년 미국 텍사스주 씰리 마을에서 시작한 글로벌 매트리스 브랜드다. 정형외과 전문의와 협업해 개발한 독자 스프링 시스템 '포스처피딕(Posturepedic)'을 대표 기술로 내세우며, 고객 요청에 맞춘 프리미엄 침대를 생산한다.
씰리침대는 1998년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자체 생산 시설이 없어 미국에서 제품을 들여오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존했다. 2012년부터 씰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윤종효 대표는 "부임 초기 판매 제품의 70%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했고 나머지 약 30%는 OEM 방식으로 생산했다"며 "이런 형태로는 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작업과 고품질 철학을 충분히 구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자체 생산의 필요성을 절감한 씰리코리아는 국내 프리미엄 침대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글로벌 본사를 설득해 2016년 경기 여주에 첫 생산 공장을 세웠다. 이후 국내 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였고 현재는 스프링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급망을 한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생산 기반을 갖추면서 유통망도 확대됐다. 씰리코리아는 지난 10년간 백화점·아울렛 등 판매 접점을 늘려 이달 기준 전국 140개 매장에서 11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한국은 생산 원가도 높고 각종 인허가도 까다로워 공장을 짓기 쉬운 시장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을 보는 기준이 굉장히 높고 까다롭다. 그 기준을 맞추려면 자체 생산 능력을 더 높여야 한다고 판단해 증설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씰리코리아가 신공장을 통해 노리는 다음 시장은 한국 밖이다.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해 여주 공장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전체 생산 물량의 15~20%를 수출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내재화도 한 단계 더 고도화한다. 현재 씰리코리아는 매트리스 핵심 부품인 코일(스프링)을 호주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2028년까지 신공장 인근에 스프링 생산 공장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스프링까지 직접 생산하면 원자재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국내 생산 체계가 사실상 완성된다.
윤 대표는 "이번 신공장은 씰리코리아의 제2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향후 핵심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아시아의 핵심 생산·공급 거점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