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모습. /뉴스1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홈플러스는 1년 6개월 만에 청산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회생계획의 종착점인 자체 인수·합병(M&A)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살리기는 했는데 살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인수 시 떠안아야 할 부담이 큰 데다 업황 부진과 규제 리스크도 거론된다.

◇ 인수 후보 찾기 어려워... SPC 설립도 거론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다섯 곳 안팎이다. 공통점은 홈플러스가 각 사의 약점을 한 번에 메워주는 자산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자주 언급되는 곳은 네이버다. 자체 오프라인 물류 인프라 없이 CJ대한통운 등 외부 물류에 의존해온 한계를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망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홈플러스 사내 게시판 등에서도 네이버 인수설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대형 플랫폼과 농협, 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홈플러스 인수를 타진하는 과정에서 네이버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주 설득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 대부분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곳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여러 기업이 자금을 나눠 넣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방식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쪽에서는 중국 알리가 거론된다. 공산품 직구 위주인 포트폴리오를 깨고 국내 신선식품 유통망과 오프라인 물류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전통 유통업체 중에는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꼽힌다. 신세계(004170)·롯데와 경쟁해왔지만 대형마트가 없고 온라인이 약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홈플러스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다. GS리테일(007070)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출점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퀵커머스를 확대하려면 신선식품 역량과 지역 거점 점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이미 인수한 하림(136480)그룹의 재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익스프레스 인수 후 한달 매출이 700억원대를 기록해 내년 연매출 1조원이 가능하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점이 배경이다.

◇ 업황 부진에 고용 승계 부담까지

하지만 이렇게 거론되는 후보군이 실제 움직이기까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무게가 실린다. 실제 지난해 6월 회생계획 인가 전 M&A에 착수했지만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곳 중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전무했다.

이는 우선 남은 자산의 매력이 크지 않은 탓이다. 홈플러스는 회생 과정에서 알짜 점포를 상당수 처분했다. 남은 자가 점포 19곳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채권 변제에 쓰기로 회생계획에 명시돼 있다. 인수자로선 부동산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업황 부진도 부담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펴낸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연평균 10.1% 늘어난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연평균 4.2% 줄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납품기업과 노동자가 큰 피해를 보고 있고, 유통산업의 구조적 변화 과정에서 이 같은 사태가 빈발할 수 있다"고 했다. 규제 리스크도 거론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원칙적으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고,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받는다.

인수 즉시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크다. 임직원 9400명의 고용, 복수노조와의 교섭, 중소 납품·입점업체에 대한 공익채권 변제가 한꺼번에 따라온다. 유통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살려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곳은 없지만, 정작 나서겠다는 곳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주주가 되는 순간 고용과 협력사 문제를 전부 떠안아야 하는데, 지금 시장에서 그 부담을 주주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