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이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홈플러스는 1년 6개월 만에 청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사이 점포는 반토막 났고, 직원은 절반 넘게 줄었다. 다시 문을 연 점포도 아직 정상 궤도와는 거리가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법정 문턱은 넘었지만 홈플러스가 처한 상황 자체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결국 새 주인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점포 124→67개, 직원 2만→9400명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에서 회생 신청 전 124개였던 점포가 67개로 줄었고, 2만여명이던 임직원은 9400여명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마트(133개)와 롯데마트(112개)의 절반 수준으로, 대형마트 3위로 내려앉았다.
김광일 법률상 관리인은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임대료는 월 200억원 이상, 인건비는 월 260억원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적자 점포를 덜어내 고정비를 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매출 기반도 함께 사라졌다. 홈플러스는 2030년까지 67개 점포 영업을 정상화해 연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이익 1628억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노조는 이번 인가를 "저절로 주어진 결과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지난해 12월 구조혁신계획안 무산, 올해 3월 3000억원 규모 DIP(회생기업 신규자금) 무산이 이어지자 조합원들이 지난 5월 임금 포기와 유예를 결단했고, 7월 회생절차 폐지 직전에는 메리츠금융을 직접 찾아가 2000억원 규모 DIP 지원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시 문을 연 점포들이 정상 영업 궤도에 올라갈 수 있느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마트에 가는 건 필요한 상품을 사러 가는 것인데, 고기가 있어야 할 냉장 매대에 효자손이나 그릇이 놓여 있는 점포도 있었다"며 "'재개장을 위한 재개장'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재개장 이후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자료가 나오지만, 점포별 분위기는 편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부처인 온라인 사업도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9%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9.8%로 사상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다.
◇ "알짜 점포 이미 팔려"… 새 주인 찾기가 관건
결국 새 주인 찾기가 과제라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홈플러스는 폐점한 54개 점포 중 자가 점포 19곳을 2028년 2월까지 매각해 채권 변제에 쓰고, 이후 자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앞서 인가 전 M&A 당시 국내외 유통 기업 10여곳에 투자설명서를 돌렸지만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었다.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에 팔렸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됐다고 해서 홈플러스가 처한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다.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은 그대로다"라며 "이미 알짜 매장을 대부분 처분해 통매각이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상권이 겹치지 않는 곳에 있는 일부 매장만 떼어내 파는 것"이라며 "대형마트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유통이 아닌 다른 업태를 가진 곳에 팔릴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홈플러스를 존속시키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 플랫폼과 농협, 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사회공헌 성격의 인수를 타진했지만 주주 설득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추가 출자를 압박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 달 국정감사도 변수다. 노조는 이날 MBK와 김병주 회장, 현 경영진의 부실 경영 책임 규명과 함께 휴직자 복귀 일정 확정, 중소 납품·입점업체에 대한 공익채권 조기 변제, 투명한 M&A 절차 공개를 요구했다. 조주연 사장이 공언한 '트레이더 조' 모델 등 영업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입증하라고도 했다.